[문화매기전=전세윤 작가] 일시적이되 소멸하지 않고, 고정되지 않았으나 실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부터 논해보도록 하겠다.
웬만하면 사전적 정의는 영어사전을 경유한다. 미술사·미술이론·철학·교양은 거의 서양의 기준이기 때문에 영어사전을 경유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다.
(명사)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불가역적인 흐름
(명사) 일상에서의 지속, 시각, 경험
(명사) 시계상으로 나타나는 시/시각
(동사) 시기/때를 맞추다
(동사) 시기/때를 재다
바로 ‘Time/시간’이다.
시간 예술이라는 단어를 ‘#디깅7’ 에서 사용했었는데 디깅 #10과 #11에서는 시간(성)에 대해서 논해볼 것이다.
미술에서 ‘시간’이라는 단어를 호명하면 나에게 바로 떠오르는 것은 재료와 형태가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Process Art’다. ‘프로세스 아트’는 변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진 미술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변하기 쉬운 재료의 예시는 아스팔트, 왁스, 식물, 펠트, 라텍스, 얼음, 물.
위 예시들은 중력, 무게, 유연성, 팽창, 가열, 냉각, 압력 등의 힘이나 과정을 거친 결과로 형태가 결정되는 특성을 가진 것들로 제기할 수 있다.
고정된 형태가 없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부러지고, 흐르고, 녹고, 썩는, 변화하는 양상을 지녔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재료를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프로세스 아트’의 체험에 있어 핵심이다.
이 사진은 2024년 리움미술관에서 진행했던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에 전시되었던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1995~2003)’이다.
위 작업은 1995년 도쿄 기린 공원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점심시간마다 눈앞에서 녹아내리는 눈사람 조각을 관람객이 바라보게 하는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리움에서도 마찬가지로 조각이 녹아 사라진 자리에는 매일 새 눈사람을 교체해 전시 자체가 ‘시간을 담는 매체’가 되게끔 한다.
그리고 재료 또한 얼음, 흙으로 고정된 형태가 없이 변화하는 양상을 지닌 성질의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프로세스 아트로 들 수 있는 예시도 많고, 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논제가 풍만한 전시이기 때문에 만약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보이스 2024’는 리움미술관 20주년 기념 전시이기도 했고, 리움미술관의 상징인 야외 데크의 작업물이 11년 만에 아니쉬 카푸어 작업에서 필립 파레노의 작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미술계의 한 페이지의 변화라고 볼 수 있는 계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실제로 재료가 소멸하는 것이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업물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작품의 존재가 일시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작품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념은 사라지지 않고 실재한다.
그렇기에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은 계속 매뉴얼대로 전시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자연의 순환의 시점에서 본 시간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순환적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말인데, 자연환경이 있다면 그 반대인 인문환경이 있듯이 아직 이야기 하지 않은 반대의 시점이 있다.
시간이랑 관련된 단어로 만약 마인드맵을 그린다면 덧없음, 영속, 변화, 순간, 지금, 그때, 지속, 일시정지, 분, 시, 년, 과거, 현재, 미래, 영원 등 하위 갈래로 떠오르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순환적 시간에서 자연의 순환과 반대의 말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쪽에 할 말이 더 많을 것이다.
조금 힌트를 던져놓는다면 ‘사진’이 등장하며 ‘image’. 즉, ‘상’에 대한 개념만 변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스톱모션’, 더 이후에 등장한 ‘무빙 이미지’.
기술적, 기계 장치와 미술사에서의 시간적 개념을 다음 디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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