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100년만기 초장기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기업이 이처럼 초장기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파벳은 9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다른 7종류의 달러화 채권을 총 150억달러(약 22조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번 발행에는 약 1000억달러(약 145조원) 이상의 수요가 몰리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알파벳은 달러화 채권 외에도 스위스 프랑화와 영국 파운드화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특히 영국 시장에서는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 발행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기업이 100년물 회사채를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IBM이 1996년 100년 만기 달러화 채권을 발행한 바 있으며, 파운드화 100년물은 옥스퍼드대, 프랑스전력공사(EDF), 웰컴트러스트 등 일부 기관 중심으로 발행돼 왔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만기는 통상 40~50년물 수준에 그쳤다.
알파벳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175억달러, 유럽에서 65억유로를 조달한 바 있다. 당시 발행한 50년물은 미국 기술기업 회사채 가운데 최장 만기였다. 잇따른 회사채 발행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직결된다. 알파벳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CAPEX)이 최대 185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칩 확보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선제적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알파벳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와 아마존은 지난해에만 채권 발행을 통해 각각 300억달러, 150억달러를 차입했다. 오라클은 이달 들어서도 25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차입 규모가 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인 2조2500억달러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AI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는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로부터 34억달러를 조달하는 협상을 마무리 단계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목적법인(SPV)이 아폴로에서 자금을 빌려 엔비디아 칩을 구매한 뒤 이를 xAI에 임대하는 구조로, 신용도가 낮은 스타트업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우회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빅쇼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알파벳의 100년물 채권 검토 소식에 대해 과거 모토로라가 100년물 채권을 발행한 이후 쇠락한 사례를 언급했다.
버리는 9일(현지시간) 엑스(X·구 트위터)에 “알파벳이 100년 만기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1997년 모토로라였으며, 그 해가 모토로라가 대형 기업으로 여겨진 마지막 해였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빅테크의 AI 투자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투자가 장기적으로 비효율로 판명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9일(현지시간) 구글은 대규모 채권 발행 소식에 0.45%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3.10% 급등하며 시총 3조달러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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