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명 사망한 2020∼2021년 농민시위 사태 재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인도 농민과 제1야당이 최근 발표된 인도와 미국 간 무역 잠정 합의안이 시행되면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며 전국적 반대 시위를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00여개 농민단체 연합인 SKM과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오는 12일 무역 합의안에 반대하는 전국 규모의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푸루쇼탐 샤르마 SKM 사무총장은 전날 성명에서 무역 합의안이 시행되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미 농산물이 인도에 대거 들어와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고 인도 농민들의 수입을 쪼그라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역 합의안은 미국에 완전히 항복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며 "우리는 정부가 미국 업체들을 위해 인도 농업 부문을 개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 지도자들 가운데 한 명인 라케시 티카이트는 "인도 농민들은 미국 농민들보다 훨씬 취약하다"며 합의안이 그대로 발효하면 농민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농민들에 비해 미국 농민들은 소유 농지도 훨씬 더 크고 정부 보조금도 더 많이 받지만 인도 농민들은 열악한 농작물 가공시설과 치솟는 영농 비용에 직면해 있다고 부연했다.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역의 과일재배 농민 및 상인 조합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앞으로 된 진정서를 통해 70만 가구가 여러 주(州)들에서 사과 재배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미국 수입 사과에 대해 100% 이상의 관세를 물릴 것을 요구했다.
INC도 농민들에 가세했다. INC는 인도 정부가 무역 협상을 타결한 것은 국익과 농민 이익을 완전히 포기한 것과 같다면서 협상 타결 과정에서 일부 농산물을 빠트린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농민 지도자들도 정부에 합의안 공개를 촉구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협상 타결 과정에서 쌀, 밀, 옥수수 등 곡물과 낙농제품은 수입 품목에서 제외하고 쌀, 과일, 향신료, 커피, 차 등을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민 이익을 보호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인도와 미국은 지난 7일 공동성명을 내고 대부분의 인도 상품에 적용돼온 관세 50%를 18%로 인하하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합의안을 공개했다.
합의안에 대한 서명은 다음 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농민들의 반발 등으로 합의안 서명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농민 반발이 이어지면 2020∼2021년 농민 시위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농민들은 농산물 시장 규제 완화를 겨냥한 3개 법안의 의회 통과에 격렬히 반대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700명의 농민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결국 해당 법안들을 철회하고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입법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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