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개입 시사' 발언 후 중국의 대일 강경책 '역효과'
다카이치, '군사 대국화·전쟁 가능국' 향해 질주할 듯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동북아 정세에 파란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의 대일 강경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중의원(하원)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10석을 웃도는 316석을 얻었다.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 의석수를 합하면 352석으로 압도적인 다수당이 된다. 실질적인 개헌 추진 동력을 얻은 셈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우파 성향 일본유신회와 손잡고 파괴력이 뛰어난 무기 확보, 무기 수출 규제 완화, 자위대원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3대 안보문서를 연내 개정하겠다며 방위력 강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2022년 3대 안보문서 개정 시에는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확보에 주력했었는데, 이번에는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비핵 3원칙 재검토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런 행보는 '강한 일본'을 열망하는 일본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새 국방전략(NDS)에서 '동맹의 분담'을 강조하며 방위비를 증액해 달라는 미국의 압박도 일본은 '독자적·자율적 방위력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방위력 강화에 올인하는 와중에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일본의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나왔고, 중국은 수출과 관광 제재에 나서면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대일 강경책이 일본 국민을 결집하게 했고 다카이치의 높은 지지율 유지에도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민적 인기를 얻는 가운데 방위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 중국의 강경책 압박 구도를 바탕으로 명운을 건 의회 해산 카드를 던졌다. 선거과정에서 중국의 위협까지 거론하며 승리를 거두면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 경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장기 집권 가능성까지 열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총선 결과에 대해 "일본 집권 당국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직시하며 평화 발전의 길을 걷고 군국주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일본 극우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라는 '핵심 이익'을 건드린 일본에 경고장을 날릴 수 있겠지만, 미국의 자국우선 일방주의에 맞서는 중국이 주변국에 힘의 논리를 앞세워 거침없는 보복조치에 나선 점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때도 경제보복에 나선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총선 성공을 바탕으로 2차대전 패전 후 80년 동안 손대지 못한 '평화헌법' 개정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는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영구 포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전쟁 가능국'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개헌은 일본 우익의 열망이다. 다만, 개헌안 발의는 중의원뿐만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상태라서 2028년 참의원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추진할 수 있다.
이제 국제사회는 '군사 대국화'와 '전쟁 가능국'으로 가속 패달을 밟는 일본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한다면, 먼저 자국의 힘의 외교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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