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경제학'은 유통이 더 이상 매장에서만 완성되지 않는 시대를 보여준다. 성수동에 몰린 수많은 팝업은 '판매'보다 '경험', '회전율'보다 '확산'을 중시하는 산업 구조 변화의 결과다. 팝업은 단기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와 처음 만나는 실험실이자 미디어가 됐다. 흥행의 기준도 매출이 아니라 체류 시간, 사진, 공유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유통의 경쟁력은 얼마나 팔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기억에 남았느냐로 평가받는다. 팝업경제학의 현황과 전망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새로운 서비스나 신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데 팝업스토어가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콘텐츠 커머스'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팝업 마케팅을 활용하는 흐름을 보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TV프로그램 등으로 인기를 얻은 F&B 주제의 영상콘텐츠가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되는 '콘텐츠 커머스'가 최근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 6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는 '천하제빵' 공식 팝업이 열려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천하제빵'은 미션 라운드별 나오는 시그니처 인기 빵과 디저트들을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팝업을 통해 시청자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화면 속 음식을 직접 맛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체험 욕구를 직접적으로 공략한다.
'천하제빵'은 국내 최초의 'K-베이커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빵 명장부터 세계적인 파티시에까지 전국 각지의 제빵사들이 참여해 미션 대결을 펼친다.
'천하제빵'은 지난 1일 첫 방송 이후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2.3%, 전국 2.0%를 기록하며 종합편성·케이블 동시간대 예능 1위에 올랐다.
지난 3일에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등극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콘텐츠의 영향력은 오프라인 유통 지형을 바꾸고 있다.
방송에 노출된 매장을 중심으로 인근 카페·식당까지 동반 매출 상승 효과를 누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캐치테이블은 '천하제빵'의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해 출연 셰프와 제빵사들의 매장을 웨이팅 매장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2' 방송 직후, 출연 셰프 식당에 예약이 몰리며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즌1 당시에도 파인다이닝 예약이 한 주 만에 150% 뛰었던 데 이어, 이번 시즌 역시 검색량과 예약 지표가 동반 상승했다. 시즌2 방영 이후 관련 매장의 예약·웨이팅 이용자 수는 매장당 평균 303.3% 증가했고, '나중에 가보고 싶은 곳' 저장 건수는 1381% 치솟았다.
천하제빵 역시 출연자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는 방송 직후 방문객이 급증하며 일부 매장은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SNS에는 참가자 매장을 정리한 '천하제빵 참가자 빵집 지도'가 공유되며 지역 간 원정 방문 움직임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프리미엄 브랜드' 체험 명소 자리매김도
유통업체들은 자사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 팝업을 열고 있다.
방문객들이 굳이 수시간의 대기시간을 감수하면서 오프라인 팝업을 방문할 유인을 심어주기 위해 "비싸지만 멋지다" "쉽게 못 사는 제품인데 체험해보자" "이 브랜드의 세계관이 궁금해"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성수동에서 '살롱 드 알럭스' 팝업을 운영한다.
알럭스는 쿠팡이 미국 명품 버티컬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뒤 론칭하며 2024년 10월 선보인 럭셔리 전문 플랫폼이다. 이번 팝업은 알럭스의 첫 오프라인 행사다.
'살롱 드 알럭스' 팝업에 입장하면 직원이 갤러리 도슨트처럼 전체 4층의 구성을 안내한다.
1~2층에 마련된 뷰티 공간에서 마음껏 럭셔리 뷰티 제품을 체험하고 개별 화장대에서 메이크업 시현을 할 수 있다.
3층에서는 스타벅스 커피와 함께 SNS 이벤트 참여를 통해 굿즈를 받을 수 있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F1 레이싱 경기를 시청하며 조니워커·몰트락 위스키를 시음할 수 있는 남성들만의 '꿈의 공간'으로 연출된 위스키바가 펼쳐진다.
소수 인원만 입장하도록 운영하며 주말에는 선착순으로 바버 케어(이발·면도) 체험도 제공한다.
SK-Ⅱ, 설화수, 헤라, 메종 마르지엘라, 랑콤 등 알럭스에 입점한 주요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에서는 기존 백화점과 면세점에 집중됐던 유통 판로를 트래픽이 높은 이커머스로 확장하는 측면도 작용했다.
팝업을 방문하는 젊은 고객층에게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쉽게 체험해볼 수 있게 함으로써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전략도 숨어있다.
명품 브랜드 '샤넬'도 네이버 이커머스 플랫폼의 하이엔드 카테고리에 입점하는 등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이 일반 고객층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추세다.
LG생활건강은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소재 특급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클럽동 갤러리인숍에서 '더후'의 시그니처 라인 '환유'(Imperial Youth)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LG생건은 이번 팝업에서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더후 부스를 그대로 재현했다. 매장 방문 고객에게는 서울특별시 무형유산 제1호 칠장 수곡 손대현 장인과 협업으로 완성한 '더후 국빈 세트'를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 '더후 국빈세트'에 담긴 '더후 환유고'는 탁월한 탄력 개선 효과를 지닌 '산삼진세노사이드' 성분을 바탕으로 굵은 주름, 잔 주름, 리프팅, 탄력, 피부결 등 이른바 5대 노화 시그널을 케어하는 대표적인 럭셔리 안티에이징 크림으로 APEC 정상회의 VIP들에게 제공하는 공식 선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사전 예약자에 한정한 스페셜 프로그램 체험 기회도 마련했다.
환유 제품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오브제 만들기, 프리미엄 핸드 마사지 테라피와 2026년 적마의 해를 기념해 화가 김화선 씨가 진행하는 '붉은 말 수묵화 드로잉 체험' 클래스로 다채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다.
LG생활건강 더후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환유 라인과 헤리티지를 국내 고객들께 더욱 가까운 장소에서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럭셔리한 이미지와 더후의 로얄 해리티지와의 만남을 기념한 차별화된 가치를 팝업 스토어에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럭셔리 브랜드 팝업은 젊은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제품과의 첫 접점 역할을 한다"며 "다만 방문객들이 단순한 브랜드 체험이 아닌 브랜드 메시지를 각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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