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성장의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 한국 사회가 택한 전략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슈메이커] 성장의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 한국 사회가 택한 전략

이슈메이커 2026-02-10 09:48:22 신고

3줄요약

[이슈메이커=오미경 기자]

성장의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 한국 사회가 택한 전략


새해가 오면 우리는 늘 더 나아질 것을 약속해왔다. 더 넓은 집, 더 높은 연봉, 더 큰 확장을 꿈꿀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시작은 사뭇 다르다. 이직도, 이사도, 사업 확장도 미루는 사람들이 늘면서 ‘바꾸겠다’라는 다짐 대신 ‘지키겠다’라는 선택이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성장이 아닌 ‘유지’를 목표를 새해를 맞고 있다. 

 

 

ⓒPixabay
ⓒPixabay

 

숫자로 확인되는 ‘움직이지 않음’의 확산
올해 한국 사회가 선택한 이 변화는 막연한 체감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 경제 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자발적 이직률은 전년 대비 약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민간 채용 플랫폼 집계에서도 채용 공고 수는 2022년 정점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움직이기보다, 현재의 고용 상태를 유지하려는 선택이 늘어난 것이다. 


  주거 시장에서도 ‘유지’의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주택 거래 통계에 의하면 2025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3년 평균 대비 약 30% 감소했지만, 전월세 재계약 비율은 70%를 넘어, 이사 대신 기존 거주지를 유지하는 가구가 늘었다. 고금리 기조와 주택 가격 변동성 속에서 이동은 위험이 되었고, 머무름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었다. 

 

노동 시장과 기업 경영, 주거 지표 등을 통해 나타나는 2026년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은 '유지'가 되었다. ⓒPixabay
노동 시장과 기업 경영, 주거 지표 등을 통해 나타나는 2026년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은 '유지'가 되었다. ⓒPixabay

 

  
안정 추구하는 기업, 버티는 자영업, 관리형 소비로 달라진 새해 풍경
기업의 전략 변화는 한층 더 명확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기업경영전망조사에 따르면, 신규 투자 확대를 계획한 기업은 불과 10곳 중 3곳에 그쳤지만, 현 수준 유지를 선택한 기업이 50%를 넘어섰다. 이는 공격적인 확장보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 관리와 인력 유지, 비용 통제가 경영 전략 수립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자영업과 중소기업 영역에서는 ‘유지가 곧 생존’이라는 방향성이 더 짙게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신규 창업 건수는 2년 연속 감소했고, 기존 사업자의 운영 규모 축소비율도 약 25% 수준에 달했다. 폐업률이 소폭 나아지긴 했으나, 이는 호황의 신호라기보다 더 이상 확장도 철수도 하지 못한 채 버티는 사업자가 늘어난 결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이뿐 아니라, 개인의 소비 행태 역시 달라졌다. 가장 최근인 2025년 12월 발표된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월보다 2.5p 떨어진 109.9p를 기록하며 경기·소득에 대한 기대 약화로 소득 대비 지출 기대가 확장보다 안정·유지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래 가계 지출 기대는 110p로 변화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 기대와 가계소득 기대는 하락했는데, 이는 사기보다는 오래 쓰고, 바꾸기보다는 관리하는 신중한 소비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지'는 멈춤이나 후퇴가 아닌, 속도 조절의 과정이다. 불확실한 시대를 통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한국 사회의 전략이 될 수 있다. ⓒPixabay
'유지'는 멈춤이나 후퇴가 아닌, 속도 조절의 과정이다. 불확실한 시대를 통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한국 사회의 전략이 될 수 있다. ⓒPixabay

 

‘유지’는 위축이 아니라 계산된 선택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유지의 선택’을 후퇴로만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금융권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 연구에 따르면 경기 변동기마다 현금흐름 안정성을 유지한 기업의 회복 속도는 평균 대비 약 1.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무리한 확장보다 체력 보존에 집중한 조직이 다음 국면에서 더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2026년의 시작과 함께 한국 사회가 선택한 ‘유지의 선택’은 결국, 멈춤이 아니라 속도 조절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속도로만 경쟁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더 빨리, 더 크게 움직이던 방식이 언제나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접어들었고, 균형과 지속 가능성이 성과를 좌우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는 지금 성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방향과 타이밍을 재설정하는 과정에 있다. 빠르게 달리기보다 넘어지지 않는 선택, 더 얻기보다 잃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다음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준비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사회가 선택한 ‘유지’는 패배의 언어가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통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일지도 모른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