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영업이익의 재정의다. 그간 ‘본업의 성과’에 집중됐던 영업이익은 이제 투자·재무 범주를 제외한 ‘잔여 범주’로 확장된다. 과거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되던 외환 손익이나 자산 처분 손익 등 많은 계정항목이 영업이익의 범주에 편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실적 변동성의 확대를 의미하며, 특히 환율에 민감한 수출 기업이나 자본집약적 산업은 ‘실적 착시’나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제 ‘얼마를 벌었는가’ 못지않게 ‘어디에서 벌었는가’가 중요해진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철강·정유·항공처럼 자본집약적 산업과 관계회사의 성과를 영업이익에서 제외해야 하는 지주사 등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수천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내던 기업이 한순간에 영업손실을 낳는 기업으로 변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별 잠정 실적발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4조6573억원을 영업외손실로 인식하였으나, 이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회사의 배터리 사업관련 손상차손액은 새로운 기준에서 영업손실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작년 4분기에만 1158억원을, 에쓰오일은 735억원을 외화관련 손실로 인식했다.
대비 없는 기업에는 치명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보통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할 때는 ‘영업이익을 일정 수준 유지하겠다’는 약정을 한다. 그런데 실제 사업은 예전과 똑같은데도, 계산법이 바뀌어 장부상 숫자가 떨어지면 졸지에 약속을 어긴(디폴트) 셈이 될 수 있다. 임직원의 성과급 기준이나 기업 인수합병(M&A) 시 몸값을 산정하는 방식에서도 마찬가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도입 전부터 전략적인 재점검이 요구된다. MPM(경영진 정의 성과측정치) 도입에 따라 조정 EBITDA(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 처럼 두루뭉술했던 이익지표 역시 더 투명하게 공개될 예정이다.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2027년 의무 적용이지만, 전년도와 비교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기에 기업들은 당장 올해부터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회계시스템 개편, 내부통제 절차 정비, MPM 공시 체계 구축은 조기 착수가 필수적인 과제다. 이는 재무·회계 부서에 국한된 업무가 아니라 IR, 재무기획, 경영전략까지 포괄하는 전사적 과제이며 대기업은 물론 은행·증권·보험, PE·VC,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 자본시장 전반의 재점검을 요구한다.
준비된 기업에는 이 변화가 ‘신뢰의 프리미엄’을 확보할 기회다. 투명한 MPM 설계로 시장과 소통하는 기업만이 자본시장의 바뀐 문법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변화는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선제적 대응은 경쟁 우위를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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