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전 세계는 단순 인공지능(AI) 열풍을 넘어 실물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에 진입했다. 그 정점에 있는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4년 1865억달러 규모에서 2035년 6조8158억달러(9000조원) 규모로 폭발적 성장이 예고돼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샌프란시스코와 우한 등 주요 도시에서 운전석을 완전히 비운 무인 로보택시를 시민들의 일상 교통수단으로 안착시켰다.
하지만 한국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자율주행 상위 2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하며 기술 수준 역시 선도국인 미국(100) 대비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적 주행거리 또한 웨이모(Waymo) 한 곳이 1억6000만㎞를 달리는 동안 한국 전체 기업 합계는 1306만㎞로 10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데이터 열세는 인공지능 학습 한계로 이어져 복잡한 도심 도로의 예외 상황(Edge Case)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고질적 리스크로 지적돼 왔다.
▲글로벌 ‘피지컬 AI’ 대전 속 한국의 자존심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 레벨 4(Lv.4) 상용화’라는 국가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 물결의 중심에서 ‘한국의 웨이모’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라이드플럭스다. 라이드플럭스는 한정된 자본과 인프라 속에서도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효율성을 바탕으로 무인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획득하며 한국 자율주행의 새로운 표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라이드플럭스의 여정은 지난 2018년 5월 연구실 기술을 현실 도로로 끌어내겠다는 박중희 대표의 확신에서 출발했다. 서울대학교 로봇공학 석사와 미국 MIT 공학박사를 거친 박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 본고장에서 연구원과 경영자로 활동하며 기술 태동기를 목격한 전문가다. 그는 자율주행이 학문적 성과를 넘어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실전 솔루션이 돼야 한다고 믿었다.
창업 초기 라이드플럭스는 파격적으로 본사를 제주도에 꾸렸다. 대부분 기술 기업이 인재 확보를 위해 서울 강남이나 판교에 둥지를 트는 것과 정반대 행보였다. 여기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 제주는 신호등 체계가 복잡하고 기상 변화가 잦으며 관광객 돌발 행동이 빈번한 곳이다. 즉 자율주행 AI를 단련시키기에 가장 완벽한 ‘살아있는 실험실’이었던 셈이다. 라이드플럭스는 2020년 5월 제주공항과 쏘카스테이션을 잇는 국내 최초 수요응답형 자율주행 서비스를 론칭하며 한국형 자율주행의 포문을 열었다.
▲'풀스택' 기술력으로 이뤄낸 극한의 효율
라이드플럭스가 글로벌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은 자율주행 전 과정을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있다. 인지, 측위, 예측, 판단, 제어에 이르는 모든 소프트웨어 모듈을 독자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차량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할 수 있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외부 솔루션을 조립해 사용하는 여타 경쟁사들이 예상치 못한 오류 발생 시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는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업계에서는 라이드플럭스를 ‘자율주행계의 딥시크(DeepSeek)’라고 부른다. 막대한 자본과 GPU 자원을 쏟아붓는 미국·중국 기업들에 비해 훨씬 적은 자본으로도 동일한 수준의 무인 주행 성능을 구현해내는 극한의 효율성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라이드플럭스는 고가 센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라이다·레이더·카메라의 장점을 결합한 다중 센서 퓨전 기술과 고정밀 지도(HD Map)를 정교하게 결합해 한국 특유의 복잡한 도로 환경을 정복했다. 2023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 AI 학회인 CVPR에서 비정형 객체 탐지 기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며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라이드플럭스의 성장은 실증 노선의 ‘거리’와 ‘난이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정교한 로드맵을 따랐다. 2021년 서귀포 혁신도시에서 국내 최초 구역형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어 제주공항과 중문단지를 잇는 왕복 76㎞ 유상 운송 서비스를 성공시켰다. 2024년에는 제주시청과 서귀포시청 사이 왕복 116㎞ 구간에서 ‘세계 최장거리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술적 한계를 경신했다.
▲제주에서 전국으로, 셔틀에서 대형 트럭으로의 영토 확장
현재 라이드플럭스는 여객을 넘어 ‘미들마일(Middle-mile)’ 화물 운송 시장으로 진격 중이다. 지난해 5월 대형 자율주행 트럭 임시운행 허가를 획득한 이후 군산항과 전주 물류센터 사이 61.3㎞ 구간에서 25톤 트럭 유상 운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한 수도권과 중부권을 잇는 동서울-진천 구간(112㎞)에서도 대형 화물차 실증을 본격화하며 국내 물류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화물 운송은 정해진 노선을 반복 주행하는 특성상 로보택시보다 상용화 속도가 빠르고 수익성이 높아 라이드플럭스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런 압도적 성과에 힘입어 라이드플럭스는 이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최근 라이드플럭스는 33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이 각각 100억원씩 투입하며 앵커 투자자로 나섰고 캡스톤파트너스와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등이 힘을 보탰다. 이로써 누적 투자 유치액은 88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 최고 수준 실탄을 확보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라이드플럭스는 올해 상반기 중 기술성 평가를 완료하고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심사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라이드플럭스는 서울 상암동에서 운전석을 비운 ‘완전 무인(Driver-out) 시험운행’ 성공이라는 강력한 실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이 투자 업계 중론이다.
모빌리티 산업 전문가는 “라이드플럭스의 가치는 주행 거리에만 있지 않다. 한국의 척박한 투자 환경과 복잡한 도로 환경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 대비 10분의1의 비용으로 완전 무인 상용화의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며 “상장은 라이드플럭스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하기 위한 최종 발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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