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기후 변화 이유로 미래 불투명…선수들, 종목 유지 적극적 목소리
(밀라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우리 종목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은메달을 안긴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의 김상겸(37·하이원)이 8일(현지시간) 경기 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평행대회전은 스노보드를 타고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 종목의 하나로, 두 선수가 나란히 달려 이름에 '평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동계 올림픽에서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은 1998년 나가노 대회 때 도입됐다. 처음엔 각자 달려 시간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대회전 경기가 열렸고 그다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평행 종목이 개최됐다.
2014년 소치 대회 때만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 두 종목이 열렸고, 이후엔 평행대회전만 진행돼왔다.
평행대회전은 한국 스노보드엔 더욱 각별한 종목이기도 하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이상호(넥센윈가드)가 이 종목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설상 종목 첫 입상에 성공했고, 이번 대회에서 김상겸이 마찬가지로 준우승해 한국 스키·스노보드의 통산 올림픽 메달 2개를 모두 책임졌다.
김상겸의 메달 기자회견 발언은 이 종목이 올림픽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면서 나오게 됐다.
스키계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의 미래를 고심하며 종목을 전반적으로 새롭게 검토하는 가운데 빠질 가능성이 있는 종목 중 하나로 평행대회전이 언급됐다.
IOC는 젊은 층의 수요에 맞춘 종목을 차츰 도입하고 있고, 기후 변화로 천연 눈과 얼음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동계 올림픽 종목의 변화도 살피는 중이다.
평행대회전의 경우 설원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고, 다른 종목에 비해 고령의 선수가 많은 점 등이 존폐 갈림길에 선 이유로 거론된다.
0.01초까지 다투는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은 상대 선수나 코스가 수시로 바뀌는 특성상 경험과 노련미가 강조된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부 금메달을 딴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은 40세였고, 현재 월드컵 랭킹 선두도 45세인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다. '마흔은 돼야 전성기'라는 얘기가 농담이 아닌 셈이다.
이런 이유로 당장 프랑스 알프스에서 열리는 2030년 대회에도 이 종목이 열릴지 확정되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평행대회전을 올림픽 종목으로 유지해달라는 의미의 '#keepPGSolympic'을 해시태그로 소셜 미디어 메시지를 올리며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일용직 막노동을 하면서까지 이 종목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37세에 생애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김상겸은 "우리 종목의 미래이자 어린 선수들의 꿈이 걸린 일"이라고 호소했다.
선수들은 평행대회전이 남녀 선수가 고르게 참여해 성평등에 부합하고 지속 가능한 종목이라며 IOC가 추구하는 올림픽의 미래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카를은 "경기 후 국제스키연맹(FIS)과 대화해보니 FIS 관계자들이 IOC와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라. 90% 확률로 평행대회전은 유지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종목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슬로프와 출발선, 결승선, 게이트만 있으면 된다. 남녀 선수가 모두 있고, 흥미진진하다. 이게 스노보드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자부 3연패는 불발됐으나 이 종목 최고 스타로 통하는 에스터 레데츠카(체코)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남을 자격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의 기회를 뺏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월드컵에서 여전히 진행되는 평행회전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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