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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생 고지우는 올해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올렸고, 2004년생 동생 고지원은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와 11월 에쓰오일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KLPGA 투어 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자매 챔피언’ 탄생이다. 여기에 막내 남동생 고필관도 프로축구 K리그 FC 서울 입단을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운동 DNA’를 갖춘 집안이다.
◇美엔 코다 日엔 이와이…韓엔 고고 자매
제주 중문에서 자란 자매는 아버지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스스로 버스를 타고 연습장을 오가며 꿈을 키웠다. 고지우는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처럼 공격적이고 승리욕이 강하다. 주니어 시절 하루에 5~6시간씩 하체 훈련을 하며 체력을 다졌다.
반면 고지원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겨 읽던 독서 소녀였다. 스스로 평화주의자라 여겼고, 경쟁 중심의 투어 환경이 낯설었다. 정규투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2부(드림)투어로 내려간 경험도 있다. 그는 “1부투어는 눈빛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실력은 한 끗 차이지만, 몰입과 승리욕의 밀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먼저 1부투어를 경험한 고지우는 동생에게 “결국 정신력과 집중의 밀도가 승부를 가른다”고 조언했다. 언니의 가르침에 따라 고지원은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경쟁심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정규투어에 재입성해 다승을 거두며 단숨에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어린 시절 고지우는 ‘K장녀’답게 엄마처럼 동생을 챙겼다. 해외 전지훈련에서도 쉬고 싶어하는 동생을 붙잡고 “우리가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고지원의 첫 우승 순간을 지켜보며 고지우가 눈물을 흘린 배경이다.
고지원은 “에쓰오일 챔피언십 우승도 언니가 만들어준 우승”이라고 했다. 그는 “강풍 속에서 언니가 알려준 다운블로 샷이 큰 도움이 됐다”며 “시즌이 끝나면 언니에게 좋은 선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미소 지었다.
◇언니는 태국서, 동생은 사우디서 시즌 시작
자매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10년은 더 활약하겠다는 각오다.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동반 진출이다. 제시카·넬리 코다(미국), 이와이 지사토·아키에(일본) 자매처럼 세계 무대에서 함께 경쟁하는 모습을 꿈꾼다.
고지우는 동생의 장점으로 멘탈(정신력)을 꼽았다. “도를 닦은 듯 초연하다. 애쓰지 않는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고지원은 불교와 논어 등 철학서를 즐겨 읽으며 사고의 폭을 넓혔다. 부처가 롤모델이라는 고지원은 “보기를 하거나 실수를 해도 화가 덜 난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최선을 다했다면 거기서도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고지원은 언니의 몰아치기 능력과 드라이버 비거리를 부러워한다. 그는 “기술의 핵심은 결국 심리”라며 “언니는 자신 없는 샷을 하지 않는다. 몰아치기, 어프로치 선택 모두 확신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고지원은 오는 1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PIF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로 2026시즌을 시작한다. 고지우는 다음달 KLPGA 투어 개막전 리쥬란 챔피언십을 준비 중이다.
자매의 올해 목표는 분명하다. 챔피언 조에서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조에서 경기했을 때는 과몰입과 가족애로 집중이 흔들렸지만 올해는 다르다. ‘고고’ 자매는 “챔피언 조에서 만나면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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