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日 교토의 문인석과 불융통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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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日 교토의 문인석과 불융통물

경기일보 2026-02-09 20:22: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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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융통물(不融通物)은 거래할 수 없는 물건을 뜻한다. 문화재와 관련한 불융통물은 공용물, 도굴품, 도난품 등으로 출처(Provenance)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엄격히 제한한다. 특히 인체의 유해 등은 절대 거래 불가다. 최근에는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의 경우 법률적 판단보다 도덕적, 윤리적인 측에서 불융통물로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럼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인 석인상 등은 어떤가. 일각에서는 무덤 밖의 유물이라는 점에서 수집 행위를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관습법적으로 보면 석인상은 무덤의 부속물 또는 일체물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례는 분묘에 설치된 석물(비석, 상석, 석인상 등)은 분묘와 일체가 돼 제사 주재자의 소유로 한다(대법원 99다14006)고 판시한 바도 있다. 따라서 옛 무덤의 매장물과 석인상 등은 사고팔 수 없는 것이다.

 

일본 교토 아리시야마에 있는 보엄원 인근의 두부식당 앞 거리에는 조선시대의 문인석 12구가 도열해 있다. 식당 안 정원에도 3구가 있다. 이 문인석은 얼굴 형태와 크기, 복장 등을 볼 때 조선 초부터 말까지 오백년 역사를 관통하는 시리즈로 구성됐다. 2016년 유학생에 의해 문화유산회복재단에 신고 접수된 이래 수차례 실태조사를 했고 일본 관계자들과 환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소유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오늘날까지 거리에 두고 있으며 처분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문인석을 길가에 도열해 놓은 모습이 일본의 신사에 있는 참도(参道)를 떠올려 무덤의 양옆에서 지키던 석인상(문인과 무인)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으며 음지에서 흑화되고 풍화돼 갈수록 본연의 얼굴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조속히 되찾아 보존 처리와 함께 가치 보전을 해야 할 유산이지만 일본 측은 소유자와의 거래 및 외교 협상을 통해 ‘인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의 관계기관은 실태조사를 통해 문인석 15구가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은 맞지만 왕릉에 있던 것은 아니고 희소성이나 가치면에서 정부의 외교 협상보다는 민간교류를 통해 환수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독일 로텐바움 박물관은 2019년 조선시대 문인석 2점을 자발적으로 한국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1983년 인사동 골동품상에서 문인석을 구입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박물관의 윤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불융통물은 선의취득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에 돌려주자고 결정한 것이다. 윤리가 작동한 사례다. 2001년 일본에서 되찾은 석조유물 70점은 일제강점기 반출된 것이다. 유명한 수집가였던 구사카 마모루의 후손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한국의 기업인은 무덤을 지키던 석물은 정원의 조경용이 아니라 고향을 지켜야 하는 수호신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해 환수했다는 점에서 유산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인석같이 묘지석도 불융통물로 기증 반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고려시대 문신 경휘의 묘지와 조선 세조의 증손자 금강부수 이주의 묘지 등도 재미동포가 자발적으로 기증한 사례다.

 

이런 점에서 교토에 있는 문인석은 설령 구입했어도 소장인은 자발적으로 돌려줘야 한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국과의 문화재 협정에서 ‘사유물은 한국에 자발적으로 기증하도록 권장(勸奬)한다’는 합의 의사록에 따라 문인석의 기증을 권장할 것을 요청한다. 이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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