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경 강화 기조에 영국 기업 임원들이 경범죄를 이유로 잇따라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와 비자 상담업체들에 따르면 주영국 미국 대사관은 최근 기술 기업 등의 최고위급 임원들에 대한 관광·사업 비자 발급을 잇달아 거부했다. 대마초 사용, 술집 다툼과 같은 비교적 경미한 범죄 이력이 거부 이유였다.
일부는 이같은 이력이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체포된 기록만 있을 뿐 유죄 선고는 받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미 대사관은 신청자가 비자를 받을 자격을 갖췄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포괄적인 규정을 발급 거부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런 일이 지난해 여름 미 국무부의 '체포 후 비자 취소'(catch-and-revoke) 정책 도입 이후에 두드러졌다면서 지난해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전에는 훨씬 드물었다고 전했다.
주영 미 대사관은 지난해 6월부터는 월간 비자 발급 건수 공개도 중단했다.
법률사무소 '로라 디바인 이미그레이션'의 크리스티 잭슨은 "경험상 범죄 관련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무리 경미한 범죄라도 방문 비자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에게 기존에 발급받은 비자가 있다면 목숨 걸고 지키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이민 변호사 스티븐 헬러는 "제일 두드러진 측면은 과거에 비자를 받았는데 이제는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민 단속을 강화한 이후로 미국행 국제 여행객 수는 감소세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관광객은 전년보다 4%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북미 여행객은 감소했다. 미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4.2% 줄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처음으로 연간 기준 감소세를 보였다.
영국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이민 변호사 폴 사마틴은 "미국은 전 세계 금융 중심지이므로 사람들은 미국 출장을 가야 한다"며 비자 발급 거부가 '문제'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행정부는 비자 처리 절차를 통한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에 가장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법을 어기는 외국인 방문객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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