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 이동·남사·원산 일대에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금액이다. 두 회사의 반도체 팹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단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난해 12월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두 회사 반도체 생산시설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논란을 키웠다. 급기야 부지를 이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근엔 좀 잠잠해졌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E1, LS일렉트릭과 '민간 전력 동맹'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 주도로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으로 전력 공급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도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삼성전자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정부에서 용인 클로스터 관련 논란이 확산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를 감안해 막판에 회동이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 그룹은 그럼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에는 반도체 국가산단(삼성전자)과 일반산단(SK하이닉스)이 들어설 예정이다. 두 기업이 낸 계획안에 따르면 이곳에 들어설 반도체 생산라인은 총 10개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반도체 생산라인 전력 사용량을 감안하면 10개 생산라인 가동에 필요한 전력량은 최소 15기가와트(GW)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4년 기준 국내 최대 전력 수요(97GW) 대비 15.4%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전력을 공급하려면 최소한 원전 10기 이상, 최대 15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신규 원전을 짓고 송전망을 구축하기까지 10~15년이 걸린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가동시기가 2030년 예정인 걸 감안하면 너무 늦다. 결국 정부 주도의 원전 건설로는 반도체 공장 가동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삼성전자가 E1, LS일렉트릭과 민간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논의하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전력 정책의 핵심 원칙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쉽게 말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원칙 등에 가장 현실적인 카드가 LNG 열병합발전소다. LNG 기반 열병합발전은 원전이나 대규모 신재생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설 기간이 짧고, 수요지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단지 맞춤형 발전원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에 앞서 용인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 중인 SK하이닉스도 한국중부발전, SK이노베이션E&S과 공동으로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E1과 손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1은 2024년 평택 LNG 복합화력발전소 운영법인 평택에너지앤파워 인수에 이어 여수그린 집단에너지사업을 통해 LNG 발전 분야를 키우고 있다. LS일렉트릭 역할도 주목된다. LS일렉트릭은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기기와 함께 ESS 사업 역량도 갖추고 있어 반도체 공정에 맞는 전략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력 인프라와 관련한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민간 발전 기반 전력 공급 모델을 구체화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전력 논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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