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 "미국이 한국과의 비관세장벽 관련 협상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무역적자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최근 방미 중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나눈 대화의 일부를 전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조 장관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한미 양국 간 동맹관계는 흔들림이 없다. 다만 미국이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부터 무역적자를 겪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요구해 왔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대해 투자 분야는 투자 요청을 하고, 통상 협상 분야는 한국이 시장을 좀 더 개방해 주도록, 즉 비관세 장벽 개선을 요청해 왔다"며 "그런데 투자는 (정상 간) 합의 이후 진척이 느리고, 비관세 분야는 양국 간 비관세 장벽을 줄여나가는 것에 대해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어 "(한국 외) 다른 나라와도 비관세 장벽 협상을 해야 하므로 바쁘고, 한국에 시간을 많이 쏟을 수가 없다"며 "만약 (협상) 진척이 안 되면 감정 없이 관세를 높여서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개선하려는 것을 한국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조 장관은 전했다.
이에 조 장관이 "그건 대단히 잘못된 방법"이라고 하며 논쟁하다가, 그리어 대표가 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정리한 표를 조 장관에게 보여주면서 "이런 모든 나라들하고 비관세 장벽을 비롯한 통상 교섭을 해나갈 수밖에 없는데 한국도 이 문제를 이해하고 빨리 협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 묻자, "외교부를 비롯한 여러 관계 부처가 협의를 해왔다"며 "통상교섭본부장이 USTR과 협의를 빠르게 진척하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2월 중 핵잠 도입 등 논의할 美 협상팀 방한할 것"
조 장관은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조정 등 한미 정상 간 합의의 후속 조치를 협의하기 위한 미국의 협상팀이 2월 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2월에 미국의 안보 협상팀이 한국에 오는가'라는 윤 의원의 물음에 "그렇다"며 "이번에 미 국무장관(마코 루비오)과의 회담에서 2월에 각 부처를 망라한 팀이 한국에 온다는 것을 확인받았다"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관세 협상 관련해서는 다소 문제가 생겼지만 안보 패키지에 대해서는 계속 정상적으로 협의되고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며 "관세나 투자 분야에서 문제가 있다면 이쪽(안보)에 영향 줄 수 있지 않냐, 그래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고, 미국도 한국과 약속한 만큼 이 3가지(핵잠·원자력 협정·조선 협력) 이슈에 대해 빠르게 협상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지난주 방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USTR(무역대표부) 대표는 한미 정상 간 합의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이행에 관한 미국 정부 내 불만 내지는 나쁜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노력, 특히 국회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작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포함해 미국 정부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상히 설명했고, 루비오 장관은 이에 대해 분명한 이해를 표시했다"며 "앞으로 한미 양국 정부가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자,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美관세 인상' 관보 게재 가능성에 "말하기 곤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 재인상 행정명령의 관보 게재 가능성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론 이런저런 생각이 있지만, 우리 정부의 일이 아니고 미국 정부가 결정해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더군다나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과 발표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이 "좀 답답하다"고 하자, 조 장관은 "저희도 답답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루비오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이후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루비오 장관이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통상 공약 이행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을 솔직히 공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5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세 합의가 흔들린 영향이 다른 분야에 미치고 있다. 예정돼 있던 협의들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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