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아저씨 이미지 벗어"…아이돌급 인기 속 보수 넘어 무당파까지 아울러
SNS 적극 활용·정상과 드럼합주 등 신선한 방식으로 유권자와 '유대감'
평범한 맞벌이 가정 출신…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극우 행보로 '여자 아베' 별명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자민당이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벗었다.",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친근감이 느껴진다."
지난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유권자들 대다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을 선택했다.
유권자들은 새롭고 친근한 이미지와 함께 중국 등과의 관계에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 열광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세습 문화가 지배적인 일본 정치계에서 드문 '비세습 정치인'이자 유리천장을 깨는 등 쇄신 이미지를 갖춘 첫 여성 총리라는 점이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기존 보수층을 넘어 무당파층까지 아우르는 인기의 동력이 됐고, 결국 자민당이 창당 이후 역대 최다 의석수를 확보하는 승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의석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번 자민당의 승리는 역사적 대승이었다.
아베 신조, 아소 다로,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등 전직 총리들이 대부분 지역 기반·자금·지명도를 물려받은 세습 정치인이었던 것과 달리 다카이치 총리는 나라현의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났다.
1961년 혼슈 나라현에서 출생해 국립대인 고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졸업 후에는 정치인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갔다.
이후 TV 프로그램 진행자를 거쳐 1993년 총선에서 당선되며 중의원에 입성했다. 그 뒤 남성 비율이 압도적인 중의원에서 10회 당선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그는 아베·기시다 정권에서 각료로 재임하면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극우 행보를 보여 '여자 아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일본 언론과 블룸버그·로이터 등 외신은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까지 총리들이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젊은 유권자들과 유대감을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소셜미디어(SNS)를 능숙하게 쓰고, 밤에는 재계와 밀실에서 만찬을 하기보다는 관저에서 공부에 힘썼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깜짝 드럼 합주'를 선보였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는 셀카를 찍었다.
이 모든 행보가 이전 총리들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날 아사히신문의 이번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8∼19세 유권자 중 자민당에 비례대표로 투표한 비율은 42%로, 80대와 마찬가지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와 30대도 각각 37%와 34%가 자민당을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시바 시게루 전임 총리 시절 실시된 2024년 중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80세 이상에서는 37%를 차지했지만 60대 이하에서는 20%대에 그쳤다.
젊은 세대에서 자민당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인기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인기에 '사나카쓰'(サナ活)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아이돌 등 '최애'(推·오시) 연예인을 '덕질'하는 생활인 '오시카쓰'(推し活)를 다카이치 총리의 이름인 사나에로 바꾼 말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사용하는 핸드백과 펜을 따라 사려는 사람들로 인해 해당 제품의 주문이 쇄도하기도 했다.
자민당이 지난달 26일 유튜브 계정에 올린 '다카이치 총재 메시지'는 정치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조회 수 1억6천만뷰를 기록했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자민당과 관련된 글이 작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와 비교해 늘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유세 현장에는 마치 아이돌 가수 콘서트처럼 많은 사람이 몰렸고, 다카이치 총리는 명료한 표현으로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을 만들고 국력을 강화하겠다며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기존 자민당 파벌 영수와는 다른 모습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강한 일본' 정책은 경제와 안보 불안 등으로 우경화 흐름이 강해지는 일본 사회에서 큰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진행된 유세에서도 다카이치 총리 주도의 개혁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비자금 스캔들 등 비리로 얼룩진 자민당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신선한 이미지라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한 대학생(19)은 마이니치 신문에 "자민당은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가 변화를 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19)은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이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 친근감이 생긴다"라고 전했다.
이른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이어진 중국의 압력에 굽히지 않고 맞섰다며 "외교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젊은 유권자들은 "중국이나 한국에도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이 기분이 좋다", "지금부터의 시대에서는 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