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금융처럼 규제는 IT처럼…빗썸 사태가 보여준 '가상자산 규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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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금융처럼 규제는 IT처럼…빗썸 사태가 보여준 '가상자산 규제' 민낯

르데스크 2026-02-09 16:33: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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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에 대한 허술한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론 금융기관과 다를 바 없는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분류된 탓에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고 있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거래소들이 유사 대출 및 투자 행위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금융권의 예금자 보호 의무나 교육세 납부 등에선 제외돼 온 비정상적인 구조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사처럼 돈 벌면서 책임은 허술…초대형 금융사고 뒤엔 비상식적 역차별 규제

 

9일 가상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당첨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상을 '원'이 아닌 'BTC'로 입력해 62만개(약 62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오지급했다.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약 4만6000개)의 12배가 넘는 규모다. 빗썸이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비트코인을 고객 계좌에 입금할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장부 거래' 구조 덕분에 가능했다. 빗썸은 그동안 블록체인에 거래 내역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내부 장부(DB)의 숫자를 바꾸는 형태로 매매를 처리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장부 거래'가 가능했던 근본 원인으론 금융사와는 현격히 다른 규제 기준이 지목된다. 일반 증권사와 비슷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다 보니 업무 구조 역시 허술하게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반 금융사의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다. 


▲ 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규제 수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삼성증권에서도 이번 빗썸 사태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적 있는데 후폭풍은 이번 사태와는 차원이 달랐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1주당 배당금 1000원 대신 자사주 1000주를 잘못 입력해 직원 2000여명의 계좌에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 28억주를 지급했다. 사고 직후 직원 16명이 오지급된 주식 501만주를 시장에 매도하며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11% 이상 급락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에 과태료와 함께 영업 일부 정지 6개월, 대표이사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구성훈 대표는 자진 사퇴했으며 주식을 매도한 직원 8명은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확정됐다.

 

반면 빗썸을 비롯한 거래소는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최소한의 규제 기반은 마련됐으나 경영진의 선관주의 의무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징벌적 책임 수준은 일반 금융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거래소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은행·증권사와 같은 '금융회사'가 아닌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핵심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자등록증 상의 업종 또한 금융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이나 IT서비스업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실정이다.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 또한 자율 규제를 명목으로 설립됐으나 강제성 있는 징계 권한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덕분에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 내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했음에도 처벌 수위는 매 번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업비트의 445억 원 규모 코인 탈취 사고다. 당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고객 확인 절차(KYC) 위반 등을 근거로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에게 문책 조치를 내렸으나 업비트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반 금융사였다면 해킹 피해 발생 시 경영진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즉각적인 중징계가 확정될 사안임에도 업비트는 법적 공방을 통해 책임 유예가 가능했던 것이다. 

 

▲ 가상자산 거래소와 전통 금융기관의 차이점.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 전문가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코인 대여 서비스와 예치금 정책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 은행의 예금과 상당히 닮아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가 금융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벌면서도 세금과 규제는 달리 적용받는 것은 명백한 제도적 허점이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빗썸에서 발생한 이른바 '유령 비트코인' 사태는 단순한 입력 실수를 넘어 가상자산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장부 관리 시스템에 구조적 허점이 존재함을 분명히 드러낸 사건이다"며 "금융당국은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를 통해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금의 코인거래소 제도와 시스템이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규명하고 보유량 연동 주문 시스템 의무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산 안정성과 내부통제에 대해 금융권 수준의 법적 감시를 받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며 "거래소가 유사 대출과 투자 중개로 수익을 내면서도 금융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금융사들 입장에선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은 금융 모델에서 가져오고 리스크 관리는 비금융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명백한 '체리피킹' 구조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빗썸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여 자산 지급 프로세스 전반을 재설계하고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오지급 사고로 인한 모든 회수 조치를 100% 완료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시장이 아직 신생 산업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법안이 정비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법제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현재는 산업이 성숙해가는 과도기적 단계임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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