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만5천여명을 잠실체육관에 집결시킨 다음날,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친한계에 대한 '줄징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9일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을 보고받은 후 별 다른 이의 없이 진행시켜 확정하고, 당 윤리위원회는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한 전 대표가 전날 토크콘서트로 세 과시에 나선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여서 장동혁 지도부의 위기감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 제명(1월 29일) 11일 만에 친한계 핵심 인물들에 대한 징계가 잇따라 확정·개시되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개혁파의 반발과 친한계의 법적 대응 예고로 당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제명 결정을 받은 후 대중 앞에 다시 선 8일 토크콘서트 행사에는 1만5천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한동훈' '한동훈'을 외치며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웠다. 지난해 말 고양 킨텍스에서 1500석 규모로 가졌던 토크콘서트에 비해 10배 이상 지지자들이 집결한 것이다.
배현진·진종오·정성국·박정훈·김성원·안상훈·고동진·김예지·우재준·유용원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윤희석 전 대변인 등 친한계 전현직 의원 10여명도 참석했다. 잠실실내체육관을 만석으로 채운 지지자들 앞에서 한 전 대표는 "제 풀에 꺾여서 그만둘 것이란 기대를 가진 분들은 그 기대를 접으시라"며 강인한 정치 의지를 밝혔다.
김종혁 "법적 대응할 것…예정됐던 것이라 하나도 놀랍지 않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9일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오늘 저에 대한 제명을 확정했다"며 "예정됐던 것이라 하나도 놀랍지 않고 '참 애쓴다' 싶어서 실소를 짓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윤리위 징계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하루 전날 출석하라고 전화통보를 했다가 제가 항의하자 1주일 뒤로 옮기고, 회의 도중 제 항의를 받고 윤리위원들 명찰을 뒤늦게 부착하는가 하면, 윤민우 위원장에 대한 기피신청이 기각됐다고 밤중에 전화통보한 뒤 왜 문서로 하지 않냐고 하자 다음날 핸드폰 문자로 결과를 전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경비실 업무도 이렇게 하면 주민들이 반발한다"며 "얼마나 떳떳하지 못하면 이러는 걸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사무처에서는 저에 대한 제명은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는데 지도부에선 그럴 필요 없다고 부인하고, 가처분 소송이 걱정됐는지 갑자기 오늘 최고위가 통과시켰다고 발표하는 등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장동혁 지도부는 가처분 신청에 대비해 제가 항의하면 계속 수정하면서 형식과 절차상 하자를 줄이고 있다"며 "제가 가처분 신청을 할지, 아니면 본안소송으로 바로 갈지 변호사와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에선 장동혁 체제하에서 당원권을 회복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말도 한다. 어차피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 몰락할 지도부 아니냐면서"라면서도 "그와 상관없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장동혁 지도부와 윤민우 윤리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에서 조만간 가처분이든 본안소송이든 제기할 생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일제히 "숙청 정치"라며 반발했다.
안상훈 "중국 공산당·북한 노동당식 숙청정치 2026 대한민국 보수야당에서 벌어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자신의 SNS에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에서나 보던 숙청 정치가 2026년 대한민국 보수야당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한동훈 전 대표 제명에 이어 김종혁 전 최고위원까지 제명되고, 이제는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까지 징계 논의 대상에 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비판은 죄가 되고, 권력에 줄 서는 것만 살아남는 정당. 이것이 과연 민주정당의 모습이냐"며 "민심을 거역하는, 시대정신을 잃은 권력은 시들게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한지아 "원칙은 죄가되고 침묵만 미덕이 되는 숙청정치 계속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숙청정치는 계속된다. 원칙은 죄가 되고, 침묵만이 미덕이 되는 정치"라며 "불편한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숙청된다면, 그 정치가 지키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배현진 징계에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단 "사실 아닌 주장"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에 대한 징계도 개시했다.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1인이 배 위원장이 한 전 대표 제명 반대 서명을 주도했다며 징계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구상찬·송주범·김근식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단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당 윤리위원회가 이를 토대로 징계 절차를 개시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수석부위원장단은 "배현진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및 서울시당 구성원들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반대 서명을 주도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1월 27일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텔레그램 대화방에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할 경우 서울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서울시당 명의로 성명을 내자'는 수석부위원장의 제안이 있었다"며 "상당수 위원장이 동의하였으나, 배 위원장은 '찬성하지 않는 위원장이 있을 수 있으니 찬반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서울시당 명의가 아닌 동의한 당협위원장 21인 명의로 성명이 발표된 것"이라며 "이와 같은 사실관계는 현재도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수석부위원장단은 "배 위원장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지속하던 상황에서도, 해당 위원장을 대화방에서 내보내자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방에서 공식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자중을 요청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서울시당 전 지역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선출된 시당위원장을 흔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현 시점에서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선거와 무관한 조직으로 비춰지는 상황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석부위원장단은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서울시당위원장을 위협하고, 선거 승리를 위해 고언한 당협위원장들과 서울시당 구성원들의 충심까지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안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신중하고 공정하게 다뤄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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