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네이버가 작년 매출 12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동시에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순이익은 일회성 요인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를 ‘AI 에이전트 수익화 원년’으로 규정하고 검색에서 커머스로 이어지는 실행형 인공지능(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의 작년 매출은 12조350억원으로 전년보다 1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조2081억원으로 11.6% 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18%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순이익은 약 1조8200억원으로 5.8% 감소했다. 네이버는 감가상각·손상 처리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은 3조19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대 초반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6106억 원으로 12.7% 증가하며 영업이익률 19.1%를 기록했다.
◆ 검색 광고와 커머스가 매출 견인
주력 사업 분야인 서치플랫폼 부문 매출은 4분기 1조5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라인야후 정산 영향 등을 제거하면 1%대 후반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으로는 4조1600억원으로 5.6% 증가했다.
네이버는 트래픽 양보다는 AI 기반 개인화와 광고 효율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AI 브리핑’ 도입 이후 15자 이상 긴 질문 비중이 2배 이상, 후속 질문 클릭률이 6배 가까이 늘었다는 내부 지표를 공개하며 “깊이 있는 탐색이 광고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커머스는 전사 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했다. 4분기 커머스 매출은 1조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증했다. 연간 매출은 3조6884억원으로 26.2% 성장했다. 스마트스토어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전용 스토어 앱, N배송 물류 인프라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핀테크 부문 역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4분기 핀테크 매출은 45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3조원으로 19% 성장했다. 이 가운데 외부 가맹점 결제는 31% 늘어난 12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연간 핀테크 매출은 1조69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내부적으로는 결제 볼륨 확대에도 수익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프로모션과 외부 제휴를 병행하겠다는 기조다.
콘텐츠와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성장률이 다소 완만해진 대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형성하는 모양새다. 4분기 콘텐츠 매출은 4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1조8992억원으로 5%대 성장을 기록했다. 웹툰·웹소설 등 IP 사업은 글로벌 플랫폼 입지를 유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포함)는 4분기 1718억원으로 명목상 역성장이지만 라인야후 정산 효과를 제외하면 10%대 중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의 초거대 GPUaaS,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등 B2G·B2B 사업이 중장기 성장 옵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 네이버 AI 전략의 핵심 ‘에이전트 N’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을 에이전트 AI 확장과 AI 수익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최 대표는 “작년 광고 매출 성장분의 약 55%가 AI 고도화 효과에서 나왔다”며 “지난해는 데이터와 AI를 통해 핵심 사업 경쟁력을 검증한 해였다면 올해는 검색·탐색·커머스 전반에 생성형 AI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제시한 AI 로드맵의 중심에는 ‘에이전트 N’ 전략이 있다. 에이전트 N은 네이버 전 서비스를 통합하는 허브형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정보 탐색 영역에서 AI 브리핑 적용 범위를 올해 안에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쇼핑·로컬 등 상업적 검색 카테고리로도 점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상반기 대화형 요약 답변과 버티컬 서비스를 모아 보여주는 ‘AI 탭’을 신설해 검색에서 바로 구매·예약·주문까지 이어지는 행동형 검색 경험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커머스와 직접 연결되는 쇼핑 특화 에이전트도 곧 모습을 드러낸다. 이달 말 공개 예정인 쇼핑 AI 에이전트는 상품 탐색·비교, 후기 요약, 맞춤 추천을 한 번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용자가 에이전트와 대화하듯 구매 여정을 진행하는 동안,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광고와 프로모션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해 전환율과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올해 과제는 AI 수익화 증명
올해 네이버의 과제는 AI에 대한 투자 대비 수익율을 얼마나 끌어 올릴 수 있느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간 수십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네이버 역시 올해 GPU 구매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매출로 빠르게 전환돼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네이버의 주가는 큰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네이버의 주가 상승율은 10%를 채 넘기지 못했다.
네이버가 에이전트 N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AI를 이용자 반감 없이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과도한 AI의 도입과 이로 인한 이용자 경험(UX)의 변화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급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한 커머스 부문 전략의 키워드는 ‘검색에서 실행으로’다. 네이버는 검색 패턴 변화와 AI 전환을 커머스 성장과 강하게 엮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과 연계해 생태계 락인을 강화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핀테크는 커머스와 함께 플랫폼 확장성을 보여주는 분야로 꼽힌다. 결제액 성장과 외부 가맹점 확대를 바탕으로 대출·투자·보험 등 금융상품 추천과 비교·가입까지 에이전트 AI가 지원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결제 수수료뿐 아니라 금융 제휴 수수료까지 확보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와 글로벌 사업에서는 소버린 AI와 로봇이 키워드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일본 등에서 GPUaaS, 슈퍼앱,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앞세워 로봇·물류·오프라인 리테일까지 AI 인프라를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다만 프로젝트 기반 매출 특성상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크고 올해는 레퍼런스 확보와 기술력 검증 단계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올해 실적을 두 자릿수에 근접한 매출 성장과 두 자릿수 중반대 영업이익률 유지로 전망하고 있다. 전제는 커머스의 10% 후반~20%대 성장 지속, 핀테크·엔터프라이즈의 두 자릿수 성장, 서치플랫폼의 한 자릿수 성장이다. 여기에 AI 에이전트 검색과 광고 수익화 속도, AI 인프라 비용, 규제 환경, 커머스 경쟁 구도가 네이버 주가와 밸류에이션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네이버의 성패는 국내 검색·커머스·핀테크라는 견고한 기반 위에서 에이전트형 AI와 N배송, 소버린 AI 프로젝트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며 “성장 스토리와 함께 AI 투자와 수익화 속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가 네이버가 시장에서 어떤 프리미엄을 받을지 가를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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