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인해 빗썸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보유 수량의 12배에 가까운 코인이 지급되며 이른바 '돈 복사' 논란과 함께 코인 '장부 거래' 구조의 맹점이 드러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사상 초유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인해 빗썸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보유 수량의 12배에 가까운 코인이 지급되며 이른바 '돈 복사' 논란과 함께 코인 '장부 거래' 구조의 맹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빗썸은 이용자 일부에게 비트코인을 2000개 입금했다.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던 것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 약 62조원 규모에 달하는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한 사고다.
특히 일부 이용자가 이렇게 받은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는 과정에서 전날 오후 7시30분께 빗썸에서만 비트코인 가격이 8111만원까지 급락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실보유 비트코인보다 1%가량 적게 유지되던 데이터베이스(장부·DB)상 코인이 순식간에 1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한 이용자들은 '돈 복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빗썸이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비트코인을 고객 계좌에 입금한 배경에는 빗썸의 '장부 거래' 구조가 있다.
빗썸을 포함해 업비트·바이낸스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앙화 거래소(CEX)' 방식으로 운영된다. 블록체인에 거래 내역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게 아니라 거래소 내부 장부(DB)의 숫자를 바꾸는 형태로 매매가 처리되는 구조다.
이는 개인 지갑을 서로 연결해 블록체인상 스마트 계약으로 코인을 거래하는 방식인 '탈중앙화 거래소(DEX)'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중앙화 거래소 방식은 거래 속도, 수수료, 편의성 등이 우수하지만, 시스템 오류 때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물량과 장부상 수량 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소들은 이용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가상자산 초과 보유 수량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빗썸 등이 이런 매매 구조를 채택한 건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모든 매매를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할 경우 한 건의 거래가 확정되기까지 수십분이 걸리고 수수료도 크게 늘어난다. 초 단위로 매매가 이뤄지는 실시간 거래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중앙화 거래소 구조의 내부 통제 장치가 허술한 경우, 이번 사태처럼 실제 보유 물량을 넘어서는 오지급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빗썸 측은 "'장부 거래'란 전산 장부(DB)로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모든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물론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전통 금융기관에서도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라며 "대량의 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실물 자산이 실제로 이동하기 전, 혹은 이동과 동시에 전산상 잔고 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비트는 2017년부터 보유하지 않는 디지털자산이 지급되는 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구축한 준비자산 증명 시스템(Diff Monitoring)을 통해 블록체인 지갑에 실제 보관된 수량(실 보유량)과 업비트 전산 장부상의 수량(장부합계)을 상시 대조·점검하며 자산의 정합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는 여전히 거래소 안에서 사실상의 '돈 복사'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내부인 누군가가 실수가 아닌 고의로 장부상 코인을 생성해 유통해도 이용자로선 인지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빗썸이 이번에 비트코인을 오지급했다가 회수하지 못한 125억원 어치 가운데 약 30억원은 이미 현금화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빗썸에서 오지급한 비트코인을 송금받아 이를 매도한 이용자가 86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오지급한 비트코인을 즉각 매도해 개인 계좌로 옮긴 금액은 30억원 규모로 파악했다.
빗썸은 이 자산에 대해서는 즉각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회수를 미뤄뒀으며, 향후 법률 검토와 고객 협의 등을 거쳐 회수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용자 보호 중심의 가상자산 감독·조사체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시세조종, 허위사실 유포 부정거래 등 주요 고위험분야에 대해선 기획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환경 조성'을 주요 전략으로 하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원장은 "최근 빗썸 사고에 드러난 거래소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 해소 등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규제·감독 체계 대폭 보완 지원과 제도의 효과적 시행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최근 신설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지원 관련 공시서식·절차·방법 등 공시체계를 마련하고 디지털자산업자·스테이블코인 발행인 등 인가심사 업무를 위한 매뉴얼도 만들 계획이다.
금감원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가상자산시장의 주요 고위험 분야를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매매하는 '대형고래' 시세조종, 특정 거래소에서 입출금이 중단된 가상자산 종목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가두리' 수법, 특정 시점에 물량을 대량 매집해 가격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경주마' 수법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주문을 이용한 시세조종이나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 부정거래도 고위험 분야에 해당한다. 이상 급등 가상자산을 초·분 단위로 분석해 혐의구간·그룹 등을 자동 적출하는 기능과 인공지능(AI) 활용 텍스트 분석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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