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람은 왜 병에 걸릴까? 이 질문에 대해 의학계는 아직 완전한 답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면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개는 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병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질문과 대답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그러면 건강하고 건강하지 않고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흔한 감염성 질병을 예로 생각해 보자.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같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감기에 안 걸린다. 콜레라가 유행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전부 콜레라에 걸릴까?
그렇지 않다. 세상에 그런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왜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안 걸릴까? 이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체질이나 면역력 차이 때문이라는 애매한 대답만 내놓았다. 개체의 저항력이 병에 걸리고 안 걸리고를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사람이 병에 걸리는 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도 정확한 병인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공기, 물, 계절, 빈곤 등 환경적 요인도 병에 걸리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세균은 다 나쁠까?
인류사는 세균과의 전쟁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은 오랫동안 세균과 싸워왔다. 인간의 피부에만 약 1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매일 하루에 몇 번씩 샤워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피부는 세균에게 근사한 뷔페식당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세균은 피부뿐 아니라 소화기관에서도 산다. 그 수도 피부에 사는 경우보다 훨씬 많은 100조 마리에 달한다. 인간이 가진 모든 세포의 수를 약 1경 개라고 하면 인체에 사는 세균의 수는 그보다 10배 정도 많다. 이쯤 되니 어쩌면 인간이 세균을 위해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생명체가 바로 세균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균이 지구의 원주민이고, 훨씬 뒤에 등장한 인류는 세균 덕을 보고 사는 생명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세균이 인간의 적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세균의 상당수는 적대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 몸에 사는 세균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몸속 쓰레기를 처리하는 부패균이다. 부패균은 일종의 환경미화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에 환경미화원이 없다면 온 세상이 쓰레기로 넘쳐나서 쓰레기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위생 문제로 곳곳에서 전염병이 돌 것이다. 부패균은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대신 그 쓰레기 속에서 영양분을 섭취한다. 결국 부패균과 인간은 공생 관계에 있는 셈이다. 한편 인간의 장 속에 사는 대장균은 우리에게 필요한 비타민을 합성해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세균은 엄청난 속도로 분열한다. 평균적으로 10분에 한 번씩 분열하는데,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면 하루에 280회까지 증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증식된 세균은 하나의 유전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대개 비슷하지만, 100만 번 분열할 때마다 하나씩 돌연변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질병은 파급력이 너무 강해서 종종 사회 혹은 세계 전체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천연두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와 관련하여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잉카제국의 군대가 소수의 스페인 군대에 몰살된 원인을 천연두에서 찾았다. 침략자가 들여온 천연두가 잉카제국 전역에 퍼진 탓에 잉카 군대는 싸워보기도 전에 궤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이야기다.
스페인 군인은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았거나 다른 이유로 천연두에 면역력이 있었던 반면, 잉카 사람은 그때까지 천연두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수많은 영유아의 목숨을 앗아간 무서운 질병이었던 천연두를 치료할 수 있게 된 건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우두법을 발견한 덕분이다. 우두법이란 천연두에 걸린 소의 고름에서 균을 채취해 인간에게 접종하는 방법이다.
이때 처음 약화한 항원을 체내에 주입하여 면역력을 키우는 예방접종의 개념이 생겼다. 그 후 수많은 백신이 개발되어 전염병 예방의 길이 열렸다. 근대 의학의 위대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천연두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페스트다. 흑사병이라고도 불렸던 이 병은 쥐벼룩에 의해 전염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이 병이 창궐하던 시대를 잘 묘사했다. 당시 페스트는 당장이라도 인류를 집어삼키고 세상을 멸망시킬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엄청난 질병이 이해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저절로 소멸했다. 아직도 페스트가 왜 갑자기 자취를 감췄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콜레라균은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라는 독일 학자에 의해서 발견됐다. 코흐는 프랑스의 파스퇴르와 쌍벽을 이루었던 세균학자로, 콜레라균, 탄저균, 결핵균에 대해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다. 지금은 콜레라로 사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콜레라가 굉장히 위험한 질병이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이나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도 콜레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성을 매개로 전파되는 질병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매독이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수많은 예술가가 매독에 의해 사망했다. 매독의 증상은 다양해서 '흉측한 모습의 매독 환자를 보고 달아났다'는 말이 있을 만큼 외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신경증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매독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 중 하나는 매독을 부르는 명칭에 관한 것이다. 매독은 영어로 시필리스(syphilis)이지만 영국에서는 흔히 프랑스병이라고 불렀다. 싫어하는 나라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독일 사람들은 매독을 폴란드병이라고 했고, 폴란드 사람들은 이를 독일병이라고 불렀다.
현대에 들어 세균은 전쟁 무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때 꼭 이야기해야 할 것이 이에 의해서 매개되는 병인 발진티푸스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 싸우다 죽은 사람보다 발진티푸스로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발진티푸스의 유행은 1차 세계대전 때 가장 심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묘사한 작품이 레마르크(Erich M. Remarque)의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다.
실제로 일본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만주의 실험실에서 발진티푸스를 비롯한 전염병을 연구하고 인체 실험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인 포로들에게 발진티푸스균이 있는 빵을 배급하고, 감염된 포로들을 석방해서 중국 전체에 발진티푸스를 퍼뜨릴 계획이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비슷한 예로 영국군은 탄저균을 무기로 쓰기 위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 무인도 하나를 탄저균 실험실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도 탄저균을 쓰기 전에 전쟁이 끝나 세균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2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sev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