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머랄드 펜넬 감독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영화 ‘폭풍의 언덕’이 전 세계를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캐서린 역의 마고 로비와 히스클리프 역의 제이콥 엘로디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뜨거운 화제인 이 작품은 신분과 부의 차이로 인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격정적인 사랑과 파멸적인 집착을 그리는데요. 영화만큼이나 뜨거운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마고 로비의 드레스 스타일입니다. 그는 레드 카펫 위에서 단순히 예쁜 드레스를 입는 것을 넘어 영화 속 캐서린의 서사를 옷으로 풀어내고 있죠.
스키아파렐리
대지를 집어삼킨 붉은 욕망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의 포문을 연 것은 다니엘 로즈베리가 디자인한 스키아파렐리의 오트 쿠튀르 룩이었습니다. 마고 로비는 이날 룩에 대해 ‘영화 속 황무지의 어두운 부패와 붉은 땅이 드레스를 타고 올라오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의 설명처럼 이 드레스는 누드 톤의 저지 코르셋 탑 위에 섬세한 블랙 레이스를 덧대고 등 뒤에는 금빛 메탈 아일릿 장식으로 관능적인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가장 압권은 스커트 자락이었는데요. 벨벳과 새틴 소재가 층층이 풍성하게 떨어지는 티어드 스커트로 바닥에서부터 붉은색이 검게 타오르며 올라오는 듯한 느낌으로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파괴적인 사랑과 붉은 대지의 기운을 완벽하게 표현했네요. 영화의 미학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그야말로 입는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 오프닝 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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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파리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한 드레스
파리 프리미어에 참석한 마고 로비는 오랜 인연을 이어온 샤넬과 함께 다시 한번 역대급 모멘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룩은 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가 마고 로비를 위해 처음으로 디자인한 레드 카펫 드레스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는데요. 마고 로비는 ‘마티유가 디자인한 첫 샤넬 룩을 나에게 너무나 특별한 ‘폭풍의 언덕’을 위해 입게 되어 영광’이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버건디 컬러의 실크와 벨벳, 파유 소재가 드라마틱하게 드레이핑 된 이 코르셋 드레스는 고전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마고 로비의 아름다움을 뽐냈습니다. 특히 정교한 깃털 장식과 실크 꽃잎 디테일은 파리 레드 카펫의 붉은 색감과 완벽하게 매치되도록 의도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로레인 슈워츠의 100캐럿짜리 주얼리를 더해 화려함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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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갈리아노
페니 레인과 황후 조세핀의 조우
런던 포토콜 행사에서는 패션 아카이브를 소환해 대담하고 힙한 믹스 매치를 선보였습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존 갈리아노의 1992년 봄 컬렉션 룩으로 전원적인 풍경화가 그려진 롱 코트는 소매와 넥 라인에 페일 핑크 컬러의 시어링 디테일이 더해져 사랑스러우면서도 빈티지한 무드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코트 안의 반전 매력이 진짜 주인공이었는데요. 런웨이 룩을 충실히 재현한 그는 블랙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에 가터벨트를 착용하고 강렬한 레드 컬러의 사이하이 스타킹을 매치해 파격적인 섹시함을 드러냈습니다. 핑크 리본으로 고정한 가터벨트 디테일은 소녀스러운 감성과 도발적인 관능미를 동시에 보여주며 영화 속 캐서린이 가진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성과 자유분방함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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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라운
억압된 감정, 갑옷이 된 패션
톰 브라운의 커스텀 룩을 입은 마고 로비는 로맨틱한 판타지 대신 차가운 심리적 긴장감을 선택했습니다. 이 룩은 ‘폭풍의 언덕’을 관통하는 감정적 억압을 시각화한 룩인데요. 빅토리아 시대를 연상시키는 오프숄더 디자인의 블랙 실크 보디스는 코르셋 형태로 몸을 단단히 조이며 마치 캐서린이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입은 갑옷과 같은 인상을 줍니다. 여기에 더해진 레이스 펫플럼과 서스펜더 스커트는 의도적으로 분리된 불안감을 조성해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응어리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애도와 강렬함을 상징하는 블랙 실크와 레이스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부드러운 로맨스가 아닌 날 선 심리적 고통을 드러냈죠. 프레스 투어가 진행될수록 마고 로비의 패션은 캐서린이 내면으로 침잠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화려한 글램 룩을 넘어 캐릭터의 심연까지 옷으로 표현해 내는 그의 메서드 드레싱은 이번 투어를 단순한 홍보 일정이 아닌 하나의 예술적인 퍼포먼스로 격상시킨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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