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물에 잠긴 경제, 흔들리는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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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물에 잠긴 경제, 흔들리는 생존'

월간기후변화 2026-02-09 09:0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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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와 경제 위기는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매일의 밥상과 잠자리, 노동 조건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방글라데시의 위기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나라는 전 세계 기후위기의 압축판에 가깝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피해를 입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지금 기후위기와 경제위기가 동시에 밀려오는 복합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 위기는 자연재해와 경기침체라는 두 개의 별개 사건이 아니라, 서로를 증폭시키며 국가의 생존 기반을 잠식하는 구조적 위기다.

 

기후가 먼저 무너뜨리고, 그 위에 경제가 붕괴되는 과정은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방글라데시는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과 거의 같은 저지대에 위치해 있고, 갠지스·브라마푸트라·메그나 강이 만나는 거대한 삼각주 위에 국가의 운명이 얹혀 있다.

 

해수면 상승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현실이다. 바닷물이 내륙으로 스며들며 농경지는 염분에 잠기고, 식수원은 오염된다. 쌀 생산량은 감소하고,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수많은 농민들은 생계를 잃는다.

 

이들은 선택지가 없다. 땅을 떠나 도시로 향할 수밖에 없다. 몬순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 예측 가능하던 계절성 비는 사라지고, 짧은 기간 동안 폭우가 쏟아진다. 홍수는 재난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강변 침식으로 매년 수만 명이 집과 토지를 잃고, 이들은 공식 통계에도 온전히 잡히지 않는 기후 난민이 되어 수도 다카와 주변 대도시의 빈민가로 몰린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주거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위생과 안전은 붕괴된다.

 

기후위기는 곧바로 경제위기로 연결된다. 방글라데시 경제의 핵심 축은 의류 산업이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값싼 노동력 기반 수출 구조는 오랫동안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시작되자 주문량은 급감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환율 불안은 생산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전력 부족으로 공장이 멈추고, 임금 지급이 지연되며, 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된다. 외환 사정은 경제위기의 핵심이다. 방글라데시는 에너지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달러가 부족해지면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연료 수입 대금을 감당하지 못해 정전과 공급 차질이 반복되었다. 결국 방글라데시는 국제통화기금의 금융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기후 충격과 글로벌 경제 구조 속에서 취약성이 누적된 결과였다. 문제는 이 경제위기가 다시 기후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재정이 불안정해질수록 방재 인프라 투자와 홍수 대응, 농업 전환 정책은 후순위로 밀린다.

 

제방 보강, 배수 시설, 기후 적응형 농업으로의 전환은 모두 돈이 필요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국가는 당장의 생존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그 결과 기후 피해는 더 커지고, 피해가 커질수록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이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다.

 

농촌 저소득층, 도시 빈민,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식량 가격 상승은 곧바로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고, 전기와 연료 가격 인상은 일상의 기본을 무너뜨린다. 아동 노동과 교육 중단, 영양실조 문제도 함께 확산된다.

 

기후와 경제 위기는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매일의 밥상과 잠자리, 노동 조건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방글라데시의 위기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나라는 전 세계 기후위기의 압축판에 가깝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피해를 입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의 하단에 위치한 산업 구조는 위기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기후위기와 불평등한 세계경제 질서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방글라데시다.

 

이 위기는 미래의 다른 개발도상국, 나아가 선진국 일부가 겪게 될 상황의 예고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구호나 일회성 금융 지원이 아니다.

 

기후 적응을 위한 국제적 재원 이전, 지속 가능한 농업과 에너지 전환, 저임금 착취에 의존한 산업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 동시에 논의되지 않으면 이 위기는 반복된다. 방글라데시의 현재는 경고다.

 

물은 이미 차오르고 있고, 경제의 방파제는 그만큼 단단하지 않다. 이 경고를 외면하는 순간, 기후와 경제의 이중 붕괴는 더 많은 국가로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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