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국회의 '호통경제'에 꼬여가는 쿠팡사태, 한미관세협상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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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국회의 '호통경제'에 꼬여가는 쿠팡사태, 한미관세협상 변수되나

비즈니스플러스 2026-02-09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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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대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기업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지만, 쿠팡처럼 전방위적이고 중첩적인 조사가 진행된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거칠게 전개되고 있는 쿠팡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이 내놓은 성명서가 아니라 쿠팡 노조가 지난 1월 내놓은 입장문이다.

노조는 "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비호하거나 책임을 축소할 의도는 없다"면서도 "개인정보 보호 책임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제재로 회사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그 결과 현장 배송, 물류센터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져 수많은 소상공인의 판로가 막혀 수만 명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혔으며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 중에서도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쿠팡은 2024 회계연도에 약 41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한국 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매출 규모를 유지했다. 다만 2025년 전체 매출은 아직 공식 발표 전이며, 분기 실적 누적으로 볼 때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수준보다 증가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주요 IT 기업(네이버·카카오 합산 매출)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때문에 고용 인력 역시 압도적이다. 쿠팡은 삼성전자에 이어 대한민국 고용 규모 2위 기업으로, 특히 지방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직고용 인력만 따지면 2025년 10월 기준 9만명을 넘어섰고 이번 사태와 같은 일만 없었다면 올해 10만명 돌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간접 고용 효과는 더 크다. 쿠팡의 자체 분석(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물류 인프라와 입점 소상공인 생태계를 포함한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는 약 44만명 이상에 달한다. 

특히 전체 일자리의 80%가 비서울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 소멸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약 50%)과 청년(2030세대) 고용 비중이 매우 높은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처럼 쿠팡은 성장률 1%의 벽에 부딪친 한국경제에서 내수를 지탱하는 주요기업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내수의 중요 축인 건설업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쿠팡의 몰락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도 걱정할만 하다.    

쿠팡 대구 첨단 물류센터 / 사진=쿠팡
쿠팡 대구 첨단 물류센터 / 사진=쿠팡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10대 그룹이 향후 5년간 27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 계획을 내놓아 관심을 모은바 있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 지방경제 소멸이 국가경제의 핫이슈가 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어쩌면 쿠팡은 이런 점에서 지방경제 살리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사태가 국회 영역, 즉 정치 영역에 들어가면서 이념적 갈등의 리트머스 실험지가 되고 정치적 구호와 '호통' 속에서 급기야 한미 관세갈등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우려가 크다. 

◇여야 협공 속에서 갈피 못잡는 쿠팡사태, 국회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입법기관임을 상기해야

쿠팡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이 금새 정치의 영역에 들어간 것은 그 전에 불거진 새벽배송 갈등 문제가 컸다. 

민주노총 등 일부 시민단체가 쿠팡의 새벽배송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쿠팡 소비자들은 물론 쿠팡 노조와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겹치면서 쿠팡 문제는 금방 국회에 입성했고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문제는 우리 국회는 경제 이슈를 다룰 때 문제의 합리적 해결보다는 기업인들을 상대로 호통을 치면서 지지자 결집에 나서는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이른바 국회의 '호통경제'에 국내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된 경우는 그동안 허다하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쿠팡은 전부터 새벽배송 문제로 진영갈등의 폭풍 속에 들어갔는데 개인정보 유출이 중국인 기술인력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반중 정서에 쉽게 쓸려가는 국민의힘마저 공격적인 자세에 합류하면서 쿠팡은 말 그대로 좌우 모두에게 협공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말았다. 

급기야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이 쿠팡 견제를 명분으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민노총은 물론 소상공인단체와 참여연대 등 친여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는 의외의 사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쿠팡을 견제하다가 기존 지지세력의 반발을 초래한 셈이다.  

한국 정치의 오랜 풍경 중 하나는 국회 청문회에서 기업인을 불러 호통을 치고 치죄하는 장면이다. 국민 앞에서 '권력의 힘'을 과시하는 듯한 이 관행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정치인들에게는 단기적 효과를 주지만, 기업과 경제에는 장기적 부담을 남긴다. 최근 쿠팡사태 역시 이 '호통경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호통'은 기업에 대한 여론 재판으로 흐르기 일쑤이며, 이는 즉각적인 주가 하락과 투자 계획 철회라는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거듭되는 한미관세협상 파행 경고, 쿠팡사태는 과연 관련이 없나?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입점업체 갈등 등 비판받을 지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국회가 합리적인 제도 개선보다 '기업인 망신주기'식 청문회에 매몰되면서, 이 사안은 단순한 국내 갈등을 넘어 한미 통상 전쟁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미국 상장사로서 미국 자본이 투입된 쿠팡을 '동네북' 치듯 다루는 모습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차별적 규제'라는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우리 정부에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이미 심상치 않은 워싱턴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미국 연방 하원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규제 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이 지난 5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져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하원 법사위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한국 정부 기관이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미국 시민에 대한 형사 처벌 위협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로저스가 23일 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정부의 미국 혁신 기업 '표적화'에 대해 증언하고 한국 청와대·정부·국회 등과 통신한 기록 전부를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한미관계가 나쁜 상황에 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측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미국 기업인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관세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보면 결이 좀 다르다. 

위 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팡, 디지털 무역장벽, 온라인 플랫폼법, 손현보 목사 등 미국 정부가 동시에 다루는 현안이 있다"며 이런 이슈들이  핵추진 잠수함,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의 무역합의 미이행을 이유로 관세율을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곧 관보에 올라갈 예정이라고 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같은 과정에 쿠팡사태가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이제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한국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보고서에서 USTR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와 기업인 소환 관행을 '예측 불가능한 시장 환경'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USTR은 한국 국회가 이해관계자와의 합리적인 소통 없이 급진적인 규제안을 내놓았다면서 "미국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차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회 청문회에서의 일방적인 호통과 압박이 미국 측에는 '정당한 절차의 결여'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호통경제'는 정치적 퍼포먼스에 치중하면서 문제 해결은 뒤로 밀려난 경우가 허다했다. 기업인들이 정치인들 앞에서 주눅이 들면서 기업 활동 위축은 물론 쿠팡사태처럼 한미 통상 협상에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때문에 국회 청문회를 '호통의 장'이 아니라 정책 협의의 장으로 전환해야 함은 오래 전부터 지적이 있었다. 기업 책임을 묻되, 제도적 개선책과 법적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만 하다.  

이번 사태에서 쿠팡의 책임이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보안 관리에 실패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핵심은 '책임을 묻는 방식'과 '절차의 정당성'이다.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묻는 것과, 국회 청문회를 통해 기업인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정치적 메시지의 도구로 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업의 책임을 엄정하게 묻되, 그 과정은 예측 가능하고 법치에 기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는 규제가 아니라 '정치적 제재'로 인식될 수밖에 없으며,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각인시키게 된다.

'호통경제'는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해롭다. 쿠팡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보안에 취약한 한국 기업들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국회가 기업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호통' 속에서 산업 경쟁력을 잃고 국제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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