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2월 9일 7시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사 체제 하 비상장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중복상장 논란이 확산되며 투자자 반발이 커지자 상장 계획이 잇달아 철회되고 있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자금 조달이 막혀 성장동력에 적신호가 커진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적시에 투자를 못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결국은 모회사 주주들도 손해를 보게 되는 ‘승자 없는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최근 LS의 증손회사 LS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는 모회사와 핵심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할 경우 모회사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소액주주와 정치권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상장을 통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 미국 특수권선 설비 확충에 투입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재검토에 들어갔다. IPO가 무산되면서 당장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부 차입 등 신용 기반 조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 현금흐름만으로는 배당 확대와 설비 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LS는 에식스솔루션즈 프리 IPO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과 새로운 투자 방안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내 계열사들의 IPO가 막힌 상황에서 기업들이 당분간은 비상장 방식의 자금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미 FI들이 들어와 있는 기업이 적지 않아 추가 투자 유치나 구조 재편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의 IB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기업공개 대신 프라이빗 투자 유치로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지만, 이미 FI가 들어와 있는 구조라 회사마다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경영권이 수반되지 않는 지분 매각 등 대안이 거론되지만, FI 입장에서는 결국 엑시트 경로가 확보돼야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량 기업의 경우 FI를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기존 FI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자금이 다시 순환한다"며 "펀드 간 지분 인수나 M&A(인수합병) 활성화 등으로 FI 엑시트 창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에식스솔루션즈와 유사하게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 역시 중복상장 논란이 확산되며 IPO 계획을 철회한 사례다.
SK엔무브는 당초 외부 재무적투자자(FI) 유치와 함께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및 투자금 회수를 추진해왔지만, 모회사와의 동시 상장 구조에 대한 주주 반발과 거래소 심사 부담이 커지면서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상장이 무산되자 상장을 전제로 들어왔던 FI의 회수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일부 지분을 재매입하는 등 구조 재정비에 나섰고, 자금 조달 역시 시장 공모 대신 회사채·교환사채 등 신용 기반 방식으로 일부 전환됐다.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막히면서 성장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동시에, 차입 중심 조달로 전환될 경우 이자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두산로보틱스, 카카오그룹 계열사 상장 과정에서도 모회사와 자회사 간 동시 상장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 왔다. 일부 기업은 결국 상장을 완료했지만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쟁이 지속됐고, 일부는 상장 일정이 지연되거나 구조 재검토에 들어가며 지주사 체제 내 IPO 전반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무조건 IPO 금지에 나서기 보단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숨통을 터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규제를 강도 높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중복상장 논란의 출발점은 결국 모회사 주주들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모회사 주주에게 충분한 보상이나 보호 방안이 전제되는 한에서 중복상장도 일정 부분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회사 이해관계만 반영한 상장 구조에서 벗어나 모회사 주주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 같은 장치가 마련될 때 중복상장 논의도 현실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