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김상겸이 8일(한국시간) 밀라노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 연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리비뇨/뉴시스
[밀라노=스포츠동아 강산 기자] 오랜 기다림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숙원을 풀었다. 대한민국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의 맏형 김상겸(37·하이원)이 따낸 은메달은 ‘이변’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엄청난 노력이 없었다면 이변을 일으킬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열린 2026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서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에 패해 은메달을 따냈다. 개인 최초이자 대한민국의 동계 80번째, 동·하계를 통틀어 400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이 메달을 가져올 수 있는 유력 종목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후보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상호(31·넥센)가 주로 언급됐다. 이미 평창올림픽에서 확실한 실적을 올린 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서도 우승을 차지했기에 어찌보면 당연했다.
김상겸은 조용히 준비했다. 그냥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목표는 1위”라고 몇 번씩 되뇌이며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르는 등 국내에선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기에 그의 이번 메달 획득은 결코 ‘깜짝’이 아니다. 2024~2025시즌에도 FIS 월드컵서 은, 동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며 기대를 키웠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김상겸이 8일(한국시간) 밀라노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 연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리비뇨/뉴시스
공교롭게도 2021년 세계선수권 당시 4강전에서 그에게 패배를 안겼던 상대가 바로 롤란드 피슈날러(46·이탈리아)다. 이번 올림픽 8강전서 그를 제압한 건 복수혈전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했다. 경기 당일 컨디션, 코스 이해도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는 게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의 묘미다.
그동안 빛을 볼 기회는 적었지만, 김상겸은 이번 대회까지 무려 4차례 올림픽을 경험한 대한민국 스노보드계의 ‘화석’이다. 물론 앞선 올림픽 성적은 아쉬웠다. 2014년 소치(예선 탈락), 2018년 평창(16강 탈락), 2022년 베이징(예선 탈락)에서 모두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진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훈련 방법을 연구하며 해법을 찾았다. 그는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수년간 이어졌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그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훈련 방식을 찾으며 변화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힘들 때마다 내 멘탈(정신력)을 잡아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상겸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적 선수들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변함없이 눈밭을 가르고 있다. 피슈날러를 비롯해 세계적 강자인 잔 코시르(42·슬로베니아), 안드레아스 프로메거(46·오스트리아) 등이 좋은 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이 김상겸의 현역 항로에도 분명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김상겸이 8일(한국시간) 밀라노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 연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리비뇨/뉴시스
밀라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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