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미리보는 재계 주총 이슈] 이재용의 '결단'부터 고려아연 '단두대 매치'까지... 주주권리 강화의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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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미리보는 재계 주총 이슈] 이재용의 '결단'부터 고려아연 '단두대 매치'까지... 주주권리 강화의 원년

뉴스락 2026-02-09 07:59:13 신고

3줄요약

[뉴스락]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주총은 단순히 한해의 실적을 결산하는 자리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이 바뀌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의 이사 충실의무 확대 규정이 처음으로 실제 주총 안건에 반영되는 해이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주주환원 안건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더욱 과거 일부 기업에 국한됐던 주주들의 ‘행동주의’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고도화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어느 때보다 격정적인 주총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스락>'주주의 이사' 시대라는 거대한 변곡점 위에서, 거세진 주주행동주의의 파고를 마주한 재계의 생존 전략과 다가올 주총 핵심 쟁점을 미리 짚어본다.

AI 생성 이미지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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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기 임원 꼬리표 떼나... 오너 ‘책임경영’ 시험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뉴스락 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뉴스락 DB

재계의 시선은 단연 삼성전자 서초 사옥으로 향한다. 6년 넘게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9년여의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데 이어, 최근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점은 복귀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사법적 명분에 더해 경영적 성과라는 실리가 더해지며 복귀를 위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형국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준감위 내에서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많다"며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죽기를 각오하는 공격적 경영을 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촉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경영 성과와 사법리스크 해소, 준감위의 권고 등 복귀를 위한 판은 충분히 마련된 것으로 보이나, 최종 복귀 여부는 총수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내부의 신중한 기류를 전했다.

대내외적인 명분이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결국 이 회장 본인의 결단만이 마지막 퍼즐로 남은 셈이다.

이 회장은 올해 초 모친 홍라희 전 관장으로부터 삼성물산 지분 전량(1.06%)를 수증하며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서의 장악력을 높여둔 상태라 이번 주총에서 등기이사 복귀라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뉴스락편집]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뉴스락편집]

반면 범삼성가인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CJ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에서 미등기 임원직을 유지하면서 매년 재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수령하고 있어 경영 판단에 따른 법적 책임에서는 비껴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024년 말 최고경영자(CEO) 경영회의에서 "지금이 그룹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라며 절박한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다. 총수가 직접 마지막 기회를 언급하며 위기 돌파를 주문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 등기이사 복귀를 통해 진정성 있는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미등기 상태를 고수하고 있다.

2024년 회장 승진 이후에도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아 실적 부진에 따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등기이사는 경영 판단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위기 상황에서 총수가 이사회 밖으로 물러나 있는 모습은 주주들에게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농심 3세 신상열 부사장이 오는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책임경영 전면에 나선 행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오너가의 진정한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줄 것인지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전운... 경영권 분쟁 '제2막'과 '벼랑 끝 승부'

한미약품 본사 전경 및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제공 [뉴스락 편집]
한미약품 본사 전경 및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제공 [뉴스락 편집]

올해 주총은 분쟁이 일단락된 줄 알았던 곳에서 새로운 갈등이 터져 나오고, 격렬한 교전을 이어오던 곳은 '수장'의 목을 건 마지막 승부처를 맞이하며 재계 최대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분쟁은 2024년 1월, 송영숙 회장 모녀가 상속세 해결을 위해 추진한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로 촉발됐다.

이에 반발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그해 3월 주총에서 승리하며 통합은 무산됐고, 형제 경영 체제가 확립되는 듯했다.

그러나 7월, 캐스팅보터였던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측으로 돌아서며 ‘4자 연합’을 형성해 전세가 재역전됐다.

지난해 말 임시 주총을 거쳐 모녀와 신 회장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며 갈등은 봉합되는 양상이었으나, 최근 4자 연합 내부에서 송영숙 회장이 신 회장을 상대로 거액의 위약금 소송을 제기하며 상황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오는 3월 송 회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한때 동지였던 이들의 법정 공방이 의결권 결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이번 주총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사진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사진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반면 고려아연 사태는 화해 없는 ‘전면전’이 양측 수장의 거취를 건 마지막 결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주총의 성패는 이사회 6석의 향방에 달려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5명 대 영풍 측 4명으로 최 회장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6명 중 5명이 최윤범 회장을 포함해 정태웅 사장 등 최 회장 측 핵심 인사라는 점이 최대 변수다. 특히 영풍의 실질적 오너인 장형진 고문 역시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다.

즉, 이번 주총은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고문이라는 양측의 수장이 동시에 재선임 심판대에 오르는 '단두대 매치'인 셈이다.

양측의 지분 격차도 '초박빙'이다.

최근 법원이 영풍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최 회장이 추진해 온 미국 제련소(SMH) 등 해외 투자 관련 지분이 온전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로써 최 회장 측은 기존 우호 지분에 미국 제련소 관련 지분 등을 더해 40%대 지지선을 구축했다. 42% 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영풍·MBK 연합과의 격차를 2%포인트 안팎으로 좁히며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결국 승패의 열쇠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약 4.5%)이 쥐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표심이 영풍·MBK의 '지배구조 개선론'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미래 성장론'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미국 제련소는 단순한 방어 수단이 아닌,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퀀텀 점프시킬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경영진 교체로 인한 사업 중단 리스크보다는, 검증된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줘 미래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쪽이 주주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

'주주의 이사' 시대로... 상법 개정이 불러온 주총 혁명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개정상법으로 달라질 주주총회, 기업의 우회전략 vs 일반주주의 대응전략'. 사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뉴스락]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개정상법으로 달라질 주주총회, 기업의 우회전략 vs 일반주주의 대응전략'. 사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뉴스락]

올해 주총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은 '법적 패러다임'의 변화다. 지난해 공포된 '상법 개정안(이사 충실의 의무 확대)'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사들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도 충실한 직무를 수행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의 정관 변경 안건이 쏟아질 전망이다. 

재계가 당혹스러워하는 지점은 법 시행의 '시차'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같은 메가톤급 조항은 올해 7월이나 9월이 돼야 시행되지만, 주주들이나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미 시행된 이사 충실의무' 조항을 근거로 "법적 의무화 시기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 당장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바꿔 선제적으로 도입하라고 전방위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가장 거센 파고는 오는 9월에 시행되는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그동안 다수의 대기업은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둬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이사의 선임을 원천 차단해왔다.

하지만 개정 상법에 따라 '주주 이익 보호'가 이사의 의무로 명문화되면서, 더 이상 주주들의 배제 조항 삭제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 소수 주주가 미는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9월 시행)과 3%'룰'(7월 시행)은 경영진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주주들은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모든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을 요구하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사회가 대주주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감시견 역할을 넘어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게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사들이 느끼는 사법 리스크 공포가 주총장 풍경을 바꿀 전망이다. 

과거에는 경영상 판단이 회사에 손해만 끼치지 않았다면 면책됐으나, 이제는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는가'가 새로운 쟁점이 됐다. 당장 이번 주총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낮은 배당을 결정한 이사들은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집단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열렸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장이 기업들의 지리멸렬한 방어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주 제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사 정원을 줄이거나, 정관의 허점을 이용해 감시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태준 한국ESG연구소 팀장은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무력화나 이사 정원 축소,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의 취지를 왜곡하는 등 방어권 남용 사례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에 반대 기준을 명문화하고, 이사 수 상한 축소 안건의 실제 의도를 판별할 수 있는 엄격한 심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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