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올해 2분기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카드사들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온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거버넌스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평가와 함께 형식적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이번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KB국민카드는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왔다. 지배구조법상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관에 근거해 대표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 동안 KB국민카드는 정관을 통해 국내 카드업 환경의 빠른 변화와 수익성 저하 국면에서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신규 사업 추진 경험을 보유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회사와 주주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이사회 의장 분리는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의 책임이 문서로 명확히 규정되는 책무구조도 체계에서 이사회가 경영진을 점검·견제하는 주체로 작동하려면 회의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운영하는 사례는 카드업계에서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삼성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는 대표·의장 분리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현대카드·롯데카드·비씨카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현재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대표·의장 분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에선 대표·의장 분리를 통해 회의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 영향력을 낮추고, 이사회가 내부통제와 책임 점검 역할을 보다 명확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책무구조도 체계에서는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의 책임이 구체화되는 만큼, 이를 감독·견제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제도 취지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신중론도 적지 않다. 대표·의장 분리가 이뤄지더라도 이사회가 다루는 안건의 범위와 권한 구조가 그대로라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사회가 여전히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전략이나 수익 구조와 직결된 핵심 사안이 경영진 판단 영역에 머문다면 형식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의장을 누구로 선임하는가의 여부가 실효성을 가르는 변수로 꼽힌다.
나아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카드사 이사회 구성원을 보면 법조인과 학계, 전직 관료, 회계·재무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본업으로 해온 인사나 소비자단체 출신 이사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카드사마다 소비자보호위원회와 전담 조직을 별도로 운영해 카드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실질적인 견제보다는 자문·권고에 더 가깝다는 평가다. 이에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이사회 단계에서 소비자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카드사 특유의 경영 환경도 변수다. 마케팅 비용·제휴 수수료·연회비 정책·고금리 여신 구조 등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 많지만, 이들 이슈가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돼 온 사례는 많지 않다. 대표·의장 분리 이후에도 이사회가 기존의 보고·추인 구조에 머문다면, 견제 기능 강화라는 기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이후 이사회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가 중요한 부분이다"며,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대표이사와 임원의 책임 범위는 보다 명확해졌지만, 이사회의 권한과 운영 방식이 어떻게 정착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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