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주요 대기업 이사회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됐다. 국내 50대 그룹 사외이사 10명 중 4명 이상이 이번 상반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법령상 재임 기간 제한으로 퇴임이 확정된 인원도 100명을 넘기 때문이다.
9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의 ‘2025년 50대 그룹 사외이사 현황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50대 그룹 사외이사 1,235명(올해 2월 이후 잔여 임기 기준) 중 44%인 543명이 올해 6월 말 이전에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103명은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한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인 6년을 모두 채우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재선임 카드 없이 반드시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별로는 SK그룹의 사외이사가 85명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75명), 농협(74명), 삼성·현대차(각 72명) 순이었다. 강제 교체 대상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과 SK로 각각 11명씩이다. 삼성물산(이상승·정병석·제니스리)과 삼성SDI(권오경·김덕현·최원욱)는 각각 3명의 사외이사를 동시에 교체해야 하며, SK하이닉스의 한애라 이사, SK텔레콤의 김용학·김준모 이사 등도 이번 3월 주총을 끝으로 이사회를 떠난다.
두 개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전문 사외이사’는 총 11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여성 비중은 31.8%(35명)를 기록하며 30% 선을 넘어섰다. 이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의무화한 법적 영향과 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령대별로는 1965~1969년생이 35.5%로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했다. 특히 1967년생 여성 사외이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강진아(S-Oil·현대모비스), 노정연(카카오게임즈·SK디앤디), 문효은(교보생명·GS), 조승아(현대제철·KT) 이사 등이 대표적인 동갑내기 여성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경력별로는 대학교수 등 학자 출신이 39.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관료 출신(24.5%), 율사 및 재계 출신(각 18.2%) 순이었다.
정진택 전 고려대 총장(두산에너빌리티·HDC),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S-Oil·HS효성),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삼성생명·효성) 등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여전히 다수 포진해 있으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전관예우’식 영입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회계·재무 전문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주총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자격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며 “장·차관급 거물 인사보다는 이사회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재무 전문가나 다양성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의 영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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