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방의진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격변기를 맞고 있다. 주요 거래소들은 규제 환경 변화와 경쟁 구도 재편 속에서 사업 전략과 운영 체계를 재정비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사업 현황과 과제, 향후 전략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바이낸스-고팍스’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향후 바이낸스의 인프라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고팍스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만 고파이(GOFi) 상환 문제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여기에 새롭게 마련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따른 규제 영향도 촉각이 될 전망이다.
고파이 상환 ‘큰 산’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해 10월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이에 고팍스는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품에 안겼다.
2023년 2월 바이낸스가 고팍스 지분 67%를 인수한 이후 약 2년 반 만에 사실상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고파이 상환 문제는 넘어야 할 큰 산으로 꼽힌다. 바이낸스 역시 고파이 상환 계획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 서비스를 운영하던 중, 지난 2022년 FTX 사태 여파로 위탁사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대출 및 환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고팍스는 고파이 고객 자산을 상환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 자산의 현재 보관 상태를 공지했다.
현재 고파이 예치 자산은 제3자 커스터디(수탁) 구조하에서 별도로 보관되고 있다. 회사 운영 자금과는 분리된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팍스 측은 “해당 자산은 고팍스 보관 자산이 아니며, 바이낸스를 위탁 주체로 하는 제3자 커스터디 업체를 통해 수탁·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자산은 보관 목적에 한해 유지되고 있으며, 임의로 사용되거나 이동되지 않는다”며 “그런 까닭에 예치금 상환 일정이나 방식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준(2026년 1월 29일)으로 보관 중인 주요 자산 내역은 ▲USDC 706,184개 ▲BTC 775개 ▲ETH 5,766개 ▲POL 75,467개 ▲BCH 6,417개 ▲XLM 12,042,805개 ▲LINK 9,867개 ▲UNI 1,946개 ▲AAVE 141개 ▲COMP 9개 ▲SOL 1,493개 등 11종이다. 다만, 고파이 상환 문제 해결이 단기간에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요 의사결정은 당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향후 해결 방안에 대해 당국과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멤버십 기반 서비스 경쟁력 강화
고팍스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며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고팍스는 고객 이용 경험에 따라 혜택을 강화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멤버십 프로그램은 고객의 거래 및 활동을 경험 포인트(XP)로 환산해 VIP1부터 VIP7까지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별로 차등화된 거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팍스는 등급에 따라 거래수수료 할인과 메이커(Maker) 인센티브 등 실질적 혜택을 제공한다. XP(Experience Point)는 거래 및 가입, 친구 초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적립할 수 있으며, 누적된 XP가 많을수록 더 높은 등급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멤버십 프로그램은 고객의 플랫폼 이용 경험을 실질적인 보상으로 되돌려주기 위한 고객 중심 프로그램”이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XP를 쌓고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 구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 제한 촉각
현재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포함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규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소수 주주의 지배력을 낮추고 수익 집중을 완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자본시장법을 보면, 대체거래소(ATS)는 의결권 주식의 15%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대표적으로 넥스트레이드(NXT)가 이를 적용받고 있다. 대주주 지분 제한이 법안에 포함될 경우 고팍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은 바이낸스가 67.45%를 보유하고 있다.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최대주주인 바이낸스는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오더북 공유 ‘관건’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점유율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고팍스는 0.1% 수준으로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바이낸스가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만큼, 향후 시장에 안착한다면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행 규제 체계에서는 바이낸스와의 결합 효과를 즉각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고팍스가 바이낸스와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오더북(호가창) 공유 여부가 관건이다. 오더북 공유는 거래소 간 매도·매수 주문 창을 연동해 유동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고팍스가 바이낸스의 오더북을 활용할 수 있어야 거래 활성화와 규모 확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의 오더북을 공유할 경우,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 발생 및 자금 흐름 추적의 어려움 등 위험 요소가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고팍스 관계자는 “1단계 이용자보호법 대응과 자율규제안 TF 대응 과정에서 법적 문제를 검토할 인력이 추가로 필요해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바이낸스와의 인적 교류나 조직 운영 측면에서 이슈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파이 상환 문제를 해결한 뒤 경영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부연했다.
방의진 한국금융신문 기자 qkd0412@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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