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천만 시민의 발, 안전과 편리함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교통 복지를 위해 재정 적자와 파업 구조를 혁신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울시민의 일상에서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으로 향하는 통로이며,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설렘의 연결고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년 조 단위에 육박하는 지하철 적자, 반복되는 버스 노조의 파업 위기, 고령화 시대에 따른 무임승차 논의 등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거대한 메가시티 서울의 교통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이병윤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장을 만났다. 30년 넘게 현장을 누벼온 베테랑 정치인답게, 그는 서울 교통이 직면한 위기를 진단함에 있어 거침이 없고 해법은 명쾌했다. 지난 3일 기자가 직접 만난 이병윤 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서울 교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가 추진해 온 의정 방향은
“교통은 복지입니다. 서울시민이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가 바로 교통 아닙니까? 지하철과 버스가 사고 없이, 제시간에 시민들을 모시는 것. 이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교통위원장으로서 역점에 둔 사업은
"제가 후반기 교통위원장으로 취임하고서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시민 체감형 혁신’입니다. 과거에는 정기권을 충전하려면 반드시 현금을 챙겨야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얼마나 낙후된 방식입니까. 제가 강력히 제안해 이제는 신용카드로도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작아 보이지만 천만 시민의 불편을 덜어준 소중한 변화입니다.”
최근 벌어진 버스 파업에 대한 해결 방안은
“매년 반복되는 버스 파업 위기는 시민들을 볼모로 잡는 행위입니다. 현재 철도, 항공, 항만은 파업 시에도 일정 인력이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시민의 의존도가 높은 버스만 여기서 빠져 있습니다. 버스가 멈추면 서울의 기능이 마비가 됩니다.
법적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중에도 최소 60~70% 운행률을 유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국회와 정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위원회는 서울시와 함께 법 개정 건의는 물론, 중재자로서 노사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현재 지하철 누적 적자 1조원이 넘는 등 서울 교통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인 표를 떠나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또한 65세 어르신들은 지금 한창 활동하실 나이입니다. 인구 구조가 바뀌었는데 40년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대구시처럼 매년 한 살씩 올려 70세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무조건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지속 가능하도록 연차적으로 현실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무임승차는 국가 복지 정책의 일환입니다. 생색은 국가가 내고 적자는 서울시가 떠안는 구조는 비합리적입니다.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분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줘야 합니다. 동시에 하반기에는 요금 현실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합니다. 유럽의 사례처럼 서비스 질에 걸맞은 요금 체계를 갖춰야 적자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서울시내 교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지금까지의 재정 적자와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할 카드로 추진하는 것은 ‘스마트 교통 기술’입니다. 이미 도봉과 강남을 잇는 자율주행 새벽 버스가 성공적으로 시범 운행 중입니다. 기사 수급이 어려운 심야 시간대나 교통 소외 지역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치구 실정에 맞는 ‘동행 버스’ 확대도 필요합니다. 노선버스가 닿지 않는 취약 지역 주민들을 위해 구청에서 복지 차원의 자율주행 또는 수요응답형 버스를 운영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한 대 도입에 약 7억원 정도 예산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과 주민 편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입니다.”
◇ 지하철 상가 관리부터 교통약자 시위까지에 대해서는
"지하철 공사의 방만한 상가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비어있는 지하 상가가 늘어나고 관리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태 조사를 통해 임대료 체계를 유연하게 바꾸고, 상가뿐만 아니라 청년 스타트업 사무실이나 예술 연습실 등으로 공간의 용도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전장연의 시위라든가 하는 것에 대해선 교통약자의 이동권 주장은 정당하지만 시민의 출퇴근길을 막아서는 방식은 공감을 얻기 힘듭니다. 시위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 등 시설 개선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불법적인 운행 방해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해야 합니다.”
◇ 앞으로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은
“30년 동안 우리 동네(동대문)에서 구의원, 구청장 출마, 시의원까지 6번을 도전하며 주민들과 동고동락했습니다. 제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는 게 정치지요. 국회의원들이 위에서 잘해줘야 하는데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지방 의원들은 밤낮없이 현장을 뛰며 주민들의 싸움을 말리고 불난 곳을 쫓아갑니다. 그런데 국회는 나라와 당보다 자기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는 다음 선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서울 교통의 고질적인 문제를 하나라도 더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순리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습니다.”
이병윤 위원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키워드는 결국 '시민'과 '현장'이다. 표심을 의식해 민감한 현안을 외면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소신 있게 정면 돌파하겠다는 그의 뚝심에서 서울 교통의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복잡하게 얽힌 교통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그의 진정성 있는 행보가, 천만 시민의 출퇴근길을 더욱 가볍고 행복하게 바꾸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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