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매출 증대와 국내 증시 활황 등으로 세수 여건이 개선된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경을 수차례 언급하면서다. 다만 기획예산처 장관을 비롯한 일부 고위공직자의 공석이 추경 처리 과정을 지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올해 국세 수입이 지난 3년간 이어진 ‘세수 펑크’ 흐름에서 벗어나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아직 1월 세수조차 최종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간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반적인 여건은 우호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법인세 실적이 당초 전망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중심으로 주식 관련 세수 역시 상방 요인이 크다는 판단이다. 양대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3월 법인세 신고와 8월 중간예납을 통해 반영될 경우 세수 상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근로소득세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직원들에게 역대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2964%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올해 성과급으로 연봉의 47%를 받게 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지급 기조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당초 예상한 근로소득세 세수(68조5000억원)를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이른바 ‘벚꽃 추경’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보고받고 “국가 창업 시대를 열겠다고 하면서 1년에 한 번만 하는 것은 너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 확보와 관련해 “예산을 쪼개서 쓰고, 후반기 부분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확보해 진행해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기획처 장관과 일부 고위공직자의 공백으로 인한 행정력 약화 가능성이다. 이혜훈 기획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뒤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새 후보자 지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문회 준비와 국회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달 안에 임명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추경 가능성과 맞물려 본격적인 예산 시즌에 돌입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획처는 2월 중 내년도 예산안 운용지침을 수립하고, 다음 달부터 각 부처의 예산안을 받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장관급 수장이 부재할 경우 부처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정과 협의가 지연되면 업무 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예산 집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내부 주요 인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주요 공석으로는 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과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예산총괄국장이 거론된다. 기획처는 다른 실·국장이 대리 참석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1인이 2개 역할을 맡을 경우 행정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처 관계자는 “예산 시즌이 되면 각 부처 장관들이 담당 사무관부터 과장, 국장까지 이른바 민원성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급이 낮을수록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한다”며 “장관 직무대행을 수행하는 차관이라 하더라도 외부에서는 실장급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무회의 참석자만 보더라도 장관급인지 차관급인지를 따지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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