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대통령실 컴퓨터(PC) 1천여대를 초기화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경찰에 출석했다. 3대 특검 잔여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강제수사 단계에 앞서 핵심 인물 조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 특수본은 8일 오전 10시 10분께 공용전자기록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정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과 함께 12·3 비상계엄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폐기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의 핵심은 파면 직후 이뤄진 전산 장비 조치의 경위와 목적이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윤 전 비서관이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PC를 폐기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기록물의 분량이 방대하고 관련 자료 분석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특검은 수사 기간 종료에 따라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
경찰은 대통령실 전산 장비 초기화 지시 여부와 실제 실행 범위, 삭제된 자료의 성격 등을 확인하고 있다.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는 공공기관 전산 기록을 훼손하거나 삭제한 경우 적용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여부는 기록물의 무단 파기 또는 반출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직권남용 혐의는 직무 권한을 넘어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
윤 전 비서관은 지난 3일 특수본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과 대통령실 내부 결재 문서, 전산 로그 기록 등을 대조해 지시 체계와 고의성을 가릴 방침이다. 초기화 조치가 통상적 보안 절차였는지, 특정 사건과 관련한 증거 인멸 목적이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확보 자료 분석과 추가 소환 조사를 거쳐 신병 처리 여부를 포함한 향후 절차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특검에서 이첩된 잔여 사건 중 핵심 사안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책임 범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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