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한국, 미·중 사이 전략 선택 시험대” 최종현학술원 특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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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한국, 미·중 사이 전략 선택 시험대” 최종현학술원 특별강연

M투데이 2026-02-08 10:28: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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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중국의 무역 무기화'를 소개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중국의 무역 무기화'를 소개했다.

 

중국이 무역과 시장 접근을 외교. 안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이 이미 구조적 위협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중국의 무역 무기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차 교수는 ‘경제적 강압’을 보호무역이나 일반적인 통상 분쟁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는 시장 접근이나 공정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국의 주권적 정치 선택을 바꾸기 위해 무역과 투자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은 민주주의·인권·영토 문제에 대한 발언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며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회복력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1997년 이후 최소 600건 이상의 경제적 강압 사례를 통해 18개국, 470개 기업을 압박해 왔다. 미국 기업이 278곳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59곳), 한국과 대만(각각 33곳)도 주요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관련 사례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차 교수는 “이 수치조차 실제 규모를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많은 정부와 기업이 보복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식 경제 압박의 특징으로 비공식. 비공개 방식, 명확한 법적 근거의 부재, WTO 제소가 어려운 수단 활용을 꼽았다.

차 교수는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어를 넘어, 중국의 구조적 취약점을 역으로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유엔 국제무역정보센터(UN Comtrade) 2024년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589개 품목에서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9개 품목은 의존도가 90%를 상회한다.

특히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수입하는 OLED 패널의 상당 부분이 한국산이라는 점에서, 동맹국 간 공조가 이뤄질 경우 실질적인 레버리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비고리형 탄화수소, 일본산 산업용 로봇과 은분(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 역시 중국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고의존 품목으로 지목됐다.

차 교수는 “개별 국가로서는 취약할 수 있지만, 연합하면 중국에 실질적인 압박 수단을 가질 수 있다”며 “상호의존성의 비대칭을 활용해 중국의 무역 무기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억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각국이 추진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즉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한계를 짚었다.

차 교수는 “한 공급망을 지키면 중국은 다른 공급망을 공격한다”며 “문제는 대응이 아니라 억지(deterrence)”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집단적 회복력(collective resilience)’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나토(NATO)의 집단방위 논리를 경제 영역에 적용해, 중국이 한 국가를 압박할 경우 유사 입장국들이 공동으로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신뢰성 있는 약속을 사전에 형성하자는 구상이다.

또 차 교수는 유럽연합(EU)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사례로 들며 “2023년 말 EU가 이 제도를 발표한 이후 중국의 유사 행위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억지의 효과는 실제 사용이 아니라, 사용될 수 있다는 신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에는 아직 이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하며, “한국은 기술력과 공급망 내 위상이 높고, 동시에 중국의 압박을 직접 경험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일본과 함께 집단적 경제 억지 체계를 논의할 충분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집단적 경제 억지를 “무역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의 핵 억지가 핵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듯, 경제 억지는 경제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동맹을 압박하는 전략이 아니라, 동맹을 결속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와의 대담에서 빅터 차 교수는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공식이 회자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한국 기업의 투자 흐름과 공급망 재편을 근거로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 공급망을 선택하는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희토류 등 일부 핵심 품목에서는 여전히 중국 의존이 남아 있으며, 이것이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핵심 광물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핵심 광물을 외교·통상의 수단으로 ‘무기화’해온 전례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공급망 확보 협력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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