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거리를 휩쓰는 숏패딩과 회색 추리닝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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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더봄] 거리를 휩쓰는 숏패딩과 회색 추리닝 감성

여성경제신문 2026-02-08 10:00:00 신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고등학교 근처에 살았었다. 재밌는 건 거기 사는 긴 시간 동안 완전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교복 상의에 추리닝 바지 아니면 체육복에 교복 치마를 입은 모습만 떠오른다.

작년 가을 무렵이었나. 학교 앞 버스정류장은 온통 회색 추리닝 바지를 입은 여학생들로 가득했다. 그것도 품이 얼마나 넓고 긴지 말 그대로 길바닥을 휩쓸 지경이었다. 유난히도 짧은 길이의 교복 상의와 묘하게 어울리던 일명 ‘와이드 핏 추리닝 바지’였다.

올 겨울 최고의 인기 패션은 숏패딩과 회색 추리닝 바지라는 사실을 거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림=홍미옥, 아이패드로 그림
올 겨울 최고의 인기 패션은 숏패딩과 회색 추리닝 바지라는 사실을 거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림=홍미옥, 아이패드로 그림

대학가를 점령 중인 비공식 유니폼, 회색 추리닝

새로 이사를 온 동네엔 대학교와 IT 밸리가 있는 곳이다. 그래선지 점심시간 무렵이면 수많은 젊은이가 음식점으로 들고나고, 테이크아웃 카페 앞엔 긴 줄이 늘어서곤 한다.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은 재밌게도 서로가 다른 듯 많이 닮아있다.

십여 년도 훨씬 전에 속칭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며 중고생들이 열광하던 그 패딩 점퍼는 깡똥하게 짧은 길이로 화려한 귀환을 한 모양이다. 너도나도 검은색의 짧은 점퍼를 입고 있으니 말이다. 허리는, 엉덩이는 시리지 않을까? 오지랖이 열두 폭인 내게 괜한 걱정을 하게 만든다.

요즘 거리는 짧은 패딩과 함께 바닥을 스칠 듯 말 듯한 폭넓은 추리닝 바지가 자연스레 물들이고 있다. 이쯤 되면 감히 2026년을 이끌어 갈 젊은이들의 패션은 단연코 추리닝 바지인가 보다.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무덤덤하지만 깨끗한 회색!

내가 멋있으면 그만!

그렇다면 숏 패딩과 회색 와이드 추리닝이 MZ의 유니폼이 되다시피 한 이유는 뭘까. 꾸민 듯 안 꾸민 듯하고 한없이 편하면서도 트렌디한 감성을 놓치지 않는 이 조합은 MZ 세대의 ‘비공식 유니폼’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든지 똑 부러지고 실속 있는 그들의 솔직한 감정이 옷으로 표현되는 걸까.

사실 회색 추리닝은 유행을 크게 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평범한 패션이다. 학교에 갈 때도, 친구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떠날 때도 무리 없는 옷이다. 심지어 자유로운 분위기의 출근까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즉 ‘가성비’로는 최고인 것이다.

그래서 야무지고 당찬 우리 MZ들에겐 더없이 편리하고 어울리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비록 불황 시대의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안 꾸며도 멋있으면 그만’이라는 발랄한 당당함이 기특하다.

쇼핑몰 매장에서도 제일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는 회색 추리닝 바지라고 한다. /사진=홍미옥
쇼핑몰 매장에서도 제일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는 회색 추리닝 바지라고 한다. /사진=홍미옥

SNS에서 시작된 감성

언제나 그렇듯 회색 추리닝의 열풍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 쇼츠 그리고 핀터레스트에서 숏 패딩과 회색 추리닝 바지의 조합은 언제나 조회수가 폭발이다. 옷 잘 입는 연예인들의 사복 패션에서도 유독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과연 대세는 대세인가 보다.

그렇게 짧은 점퍼와 넓은 바지가 주는 언밸런스의 멋은 몇 초 만에 요즘 감성은 바로 이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힘들여서 열심히 꾸미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한 자신감이 더해져 이런 열풍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가성비’라는 강력한 메리트까지 더해지니 거리를 장악(?)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사실 나도 슬그머니 회색 추리닝 바지를 장만했다. 내 눈엔 아직까지 동네 마실용으로만 보이지만 그 ‘편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디지털 환경이 일상이 된 시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친숙한 도구로 감정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과 흐름을 무겁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칼럼니스트 활동 외에도 강의와 그림 모임, 전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저서로는 <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 , <그림에書다> , <그리고 피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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