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CJ ENM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 티빙의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웨이브와의 합병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
5일 CJ ENM은 공시를 통해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2%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은 5조1345억원으로 전년보다 1.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329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음악과 커머스 사업부 성장과 함께 티빙의 적자 폭 축소가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CJ ENM에 따르면 티빙은 출범 이후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작년 들어 분기별 적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선형 채널 광고 시장 침체로 부진했으나 티빙의 손익 구조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총매출 1조341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중심의 경쟁 환경 속에서 티빙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웨이브와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합병 논의는 4년째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KT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기대감만 유지되는 상황이다. 티빙이 최근 ‘환승연애4’ 등 대형 지적 재산권(IP)으로 화제성을 확보한만큼 성장 흐름을 확실히 굳히기 위한 추가 동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매출은 감소, 영업이익은 27% 증가
CJ ENM은 음악과 커머스 사업부의 성장과 함께 티빙의 적자 폭이 축소된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티빙은 ‘환승연애4’, ‘친애하는 X’ 등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을 통해 작년 4분기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8.8% 성장했다. ‘환승연애4’는 유례없는 흥행으로 10대 이용자 유입을 대폭 늘렸다. 티빙 시청 데이터 분석 결과 시즌1 대비 시즌4에서 10대 남성 시청 비중은 180%, 여성 시청 비중은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티빙은 일본 디즈니플러스와 아시아태평양 17개국 HBO Max에 브랜드관 형태로 진출하며 해외 시청자 접점을 확대했다. 자체 OTT 플랫폼을 신규 출범하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인수 대상인 웨이브와는 처음으로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합병 이후 시너지 가능성도 시험했다. 4분기에는 한국프로야구(KBO) 비시즌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시청 실적을 기록했다.
컨퍼런스콜에서 CJ ENM 관계자는 “티빙이 출범 이후 가장 작은 손실을 기록한 분기였다”며 “KBO 비시즌에도 구독 매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했고 광고 매출 확대와 글로벌 브랜드관 중심 해외 판매 증가가 손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적 개선을 바탕으로 올해도 연간 기준 적자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일부 분기에서는 손익분기점(BEP) 도달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티빙은 대규모 콘텐츠 투자로 적자가 이어져 왔다. 모회사 CJ ENM의 tvN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수급했지만 국내 OTT 가운데 콘텐츠 확보 규모가 가장 큰 만큼 비용 부담도 컸다. 동시에 같은 사업부의 선형 채널은 TV 시청량 감소 영향으로 광고 부진이 지속됐다. CJ ENM은 티빙, 웨이브, tvN, 자사 유튜브 채널을 묶은 통합 광고 플랫폼을 판매하며 이를 방어하고 있다. 티빙의 젊은 층 흡인력이 선형 광고 수익까지 보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 ENM 관계자는 “광고주 중심 트렌드가 퍼포먼스 기반 디지털 광고로 이동하고 있다”며 “CJ ENM은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티빙과 웨이브라는 디지털 매체를 함께 보유한 만큼 방송과 디지털을 연계한 통합 상품으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웨이브 합병, 올해 재무 리스크 개선 관건
토종 OTT 재편의 핵심 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아직 실질적인 마무리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가 합병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논의가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재무적인 체력도 여의치 않다. CJ ENM은 2024~2025년에 걸쳐 공격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합병을 주도하기에는 여전히 차입금 부담이 크다.
CJ ENM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자산 규모는 크지만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편으로 보인다. 2025년 1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약 64% 수준,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를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는 상태라 단기 유동성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부채비율도 약 150%대로 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채로 조달되어 있어 재무 레버리지가 높은 편에 속한다. 아울러 2025년 4분기 기준 순차입금비율도 약 46%대로 순차입금이 자본 규모의 절반 가까이 되어 재무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CJ ENM의 자산은 약 9조원대로 비유동자산(주로 방송·콘텐츠 인프라, 투자 등)이 전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부채 총계는 약 5.5조원대로, 유동부채가 4조원대 초반에 이르며 단기 상환 부담이 큰 편이다.
특히 2025년 1분기에는 매출 1조1380억원, 영업이익 7억원 수준으로 이익이 크게 위축돼 있으며 법인세차감전 순손실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등 수익성 악화와 자본총계 감소가 재무 안정성을 더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다만 2025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는 등 부분 회복 흐름이 나타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자본 확충, 비용 구조 조정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수익성 회복과 자본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빌리프랩, 넷마블 지분 매각 등 자산 유동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년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여전히 1조5144억원에 머물러 있다. 미국 스튜디오 '피프스시즌' 이수 여파와 콘텐츠 투자비(CAPEX) 지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직접적인 지분 매입보다는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으로 웨이브에 투자하며 합병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말 1000억원, 작년 추가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웨이브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합병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 올해 티빙에 '사활'...글로벌 진출 확대
CJ ENM 측은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8월 서장호 CJ ENM 콘텐츠유통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티빙의 대주주인 CJ ENM 출신 인사가 웨이브 수장을 맡게 되면서 양사 통합을 염두에 둔 경영 일원화 작업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CJ ENM 관계자는 “형식적인 논의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합병을 준비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작년 8월 이후 콘텐츠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빙 콘텐츠 가운데 ‘얄미운 사랑’ 등은 웨이브와의 콘텐츠 교류를 통해 양사 이용자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동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양사 시너지가 이미 확인된 만큼 올해 협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사업부에서 선형 채널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티빙의 수익성 개선이 매출 방어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티빙과 웨이브 합병 성사 여부는 향후 사업부 실적과 경쟁력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CJ ENM 관계자는 “이제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은 티빙과 음악 플랫폼 엠넷플러스”라며 “이 두 플랫폼이 성장해야 CJ ENM 콘텐츠가 핵심 IP로 자리 잡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J ENM의 향후 전략도 티빙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5일 컨퍼런스콜에서 기업은 사업 구조를 ‘IP 홀더로의 진화’와 ‘티빙·엠넷플러스·온스타일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티빙은 이용자들이 매일 접속하는 ‘데일리 플랫폼’으로 정착하는게 목표다. 작년 일본·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진입했다면 올해는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다고 기업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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