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해설] 왜 F1은 규정을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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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해설] 왜 F1은 규정을 바꾸는가?

오토레이싱 2026-02-08 09:27:43 신고

3줄요약

올 시즌 F1은 파워유닛, 섀시, 공력, 타이어 규정을 모두 새롭게 정의하는 대규모 기술 규정 개편을 단행한다. 변화의 범위와 규모는 2025년과 2026년 머신을 전혀 다른 세대의 차로 느끼게 할 정도로 크다. 그러나 이러한 ‘리셋’에 가까운 변화는 F1 역사에서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F1은 출범 이후 시대 변화에 맞춰 규정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왔다. 다른 스포츠가 규정의 세부를 조정하는 데 그친다면 F1은 근본적인 틀 자체를 다시 설정하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그 배경에는 기술 발전, 안전, 경기력, 그리고 흥행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다음은 ‘맥라렌 F1 팀’이 제시한 2026년 규정 대개편의 배경과 과정을 살펴본다(편집자).

맥라렌 F1
맥라렌 F1

기술 발전은 필연적으로 속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F1은 머신이 더 빨라지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속도를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둔다. 속도가 서킷과 안전 기술의 한계를 넘어설 경우 전통적인 서킷은 캘린더에서 제외되거나 대규모 개조를 요구받게 된다.

초기에는 규제의 초점이 서킷에 맞춰졌다. 가드레일 설치, 관중 거리 확보, 모래 및 그래블 트랩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규제의 중심은 머신으로 이동했고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출력 제한이었다.

1980년대 터보 엔진 시대에는 연료 탱크 용량 제한(1984년 220ℓ, 1986년 195ℓ), 부스트 압력 제한(1987년 4bar, 1988년 2.5bar)이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터보 엔진이 금지된 이후에는 자연흡기 엔진 배기량이 3.5ℓ에서 3.0ℓ, 이후 2.4ℓ까지 축소되며 속도를 관리해 왔다.

F1 섀시 규정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없는가’를 명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로 인해 디자이너들은 광범위한 자유도를 가지는 대신 방대한 규정집과 수많은 회색지대 속에서 해법을 찾아왔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혁신은 종종 규정 변화 이전에 먼저 등장하고 이후 규제가 이를 따라가는 형태를 띤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의 그라운드 이펙트 머신은 다운포스를 급격히 증가시켰지만 속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1983년부터 플랫 플로어 규정이 도입됐다. 1990년대 초반 액티브 서스펜션과 각종 전자 제어 장비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성능 향상이 지나치게 빠르게 이뤄지자 규제를 통해 다시 제어가 가해졌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F1은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규정 변화는 경기의 재미와 실질적인 운영 가능성 역시 고려한다. 항상 출력 감소만이 목표였던 것은 아니다. 1966년 규정 변경을 통해 F1은 1.5ℓ 엔진에서 3.0ℓ 엔진으로 전환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유지하려는 정체성을 선택한 바 있다.

최근 수십 년간에는 또 다른 방향의 변화가 강조됐다. 2009년, 2019년, 2022년, 그리고 2026년에 도입되는 공력 규정은 모두 후류 난류를 줄여 머신 간 근접 주행과 추월을 쉽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팀들은 규정 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도 규정 확정 이후에는 다시 성능 회복을 위한 개발 경쟁에 돌입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F1은 오랜 기간 팀 소멸이 반복된 종목이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은 비용 절감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됐다. 시즌 중 테스트 금지(2009년), 풍동 사용 제한, 공용 ECU 도입(2008년)은 모두 비용을 억제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흐름은 2021년 예산 상한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기술 규정 변화는 단기적인 비용 문제를 넘어 제조사 참여와도 직결된다. 2009년 도입된 KERS는 비교적 제한적인 시스템이었지만 F1이 도로용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한 첫 사례였다. 이는 2014년 1.6ℓ V6 터보 하이브리드 그리고 2026년 내연기관과 전동 출력 비중이 50:50으로 구성된 차세대 파워유닛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규정은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제조사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엔진 공급 안정성과 비용 통제라는 효과를 가져온다.

2026년 규정은 F1 역사상 가장 야심 찬 기술 개편으로 평가된다. FIA 주도로 F1, 팀, 파워유닛 제조사,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작업 그룹이 구성됐고, 각 팀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데이터와 해법을 제공했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헤일로(Halo) 시스템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말 구성된 전면 보호 구조 작업 그룹을 통해 연구가 진행됐고, 2016년 이탈리아 그랑프리 자유연습에서 실차 테스트를 거쳐 2018년 정식 규정으로 채택됐다.

2026년 규정 역시 이와 유사하지만 훨씬 방대한 협업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이후 FIA는 이를 새로운 기술 규정집으로 정리해 공개하고, 세계 모터스포츠 평의회(WMSC)의 승인을 거쳐 시행에 들어간다. 그다음은 각 팀이 이 규정을 해석해 자신들만의 머신을 만들어내는 단계다.

결과적으로 F1의 규정 변화는 단절이 아닌 연속이다. 안전 확보, 기술 발전, 흥행, 그리고 산업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목표는 지난 80여 년간 변하지 않았고 2026년 규정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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