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탈탄소화 발목 잡는 '전기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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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탈탄소화 발목 잡는 '전기료 정책’

한스경제 2026-02-08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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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언론에 처음 공개된 포항제철소 내 ESF 전기용융로 출선 장면./포스코
지난 2024년 언론에 처음 공개된 포항제철소 내 ESF 전기용융로 출선 장면./포스코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철강업계에 수소환원제철 도입·전기로 확대 등 ‘탈탄소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지만 최근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개편 추진이 철강사들의 탈탄소 설비 신설을 발목 잡는 ‘또 다른 규제’란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에 야간 할증을 신설하는 등 낮 시간대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하면서 철강사들의 조업 환경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분기 중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낮추고 야간 요금을 인상하는 방식의 요금 체계 개편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 전력 사용을 유도하고 야간 수요를 억제해 전력 시스템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단가는 ㎾h당 180~185원 선으로 밤 시간대 요금이 낮 시간대보다 35~50% 저렴하다. 기후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은 철강, 석유화학 등 24시간 조업이 필수인 장치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다수를 이룬다.

◆ 철강, 생산원가서 전력비 비중 높아...경영 부담↑

자동차나 가전제품 생산라인은 조업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지난 2013년 주간 2교대제를 정착시킨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자동차 산업은 낮 시간대 전기료 인하라는 기후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거론된다.

반면 24시간 연속 공정이 필요한 철강 등 장치산업은 벌써부터 이번 개편이 ‘전기료 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산원가에서 전력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인 철강업계는 요금 체계 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게 돼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선 아직 구체적인 요율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향후 확정·공개될 ‘세부 요율’이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예상은 낮 시간대 전기료 할인 폭보다 야간 인상 폭이 생각보다 클 경우 철강사의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고로와 전기로를 함께 운영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제외한 국내 중소·중견 철강사 대다수가 전기로 기반 생산 구조를 갖고 있어 전력 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포스코·현대제철 탈탄소 전환에 68.5조 소요...딜레마 야기

이 같은 전력 비용 상승 가능성은 대형 철강사의 탈탄소 전환과도 맞물리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부채질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는 6월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가 광양제철소에서 가동에 들어간다. 이 신규 전기로는 6000억원이 투입된 설비로 완전 가동 시 광양제철소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현재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독자 기술인 하이렉스 실증 설비도 착공해 2030년까지 기술 검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2050년까지 고로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이달부터 기존 고로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 감축한 탄소저감강판 양산에 착수했다. 그동안 축적한 전기로 운영 노하우와 고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로와 고로의 쇳물을 배합하는 복합프로세스를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데 성공, 상업 생산에 돌입한 것이다. 현재 25종의 강종 인증을 완료했고 연내 28종을 추가해 총 53종까지 인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 “K-스틸법에 철강 전용 요금제 특례 포함돼야”

문제는 두 회사의 탈탄소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근접한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 11기 전체 탈탄소 전환 비용이 6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그린수소와 그린전기 밸류체인 구축 비용까지 추가할 경우 재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기요금 부담이 철강업계의 숙명이 돼 버린 친환경 전환 움직임에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는 ‘탈탄소 전환 딜레마’를 야기했다는 업계의 푸념이 확산 중인 형국이다.

상황의 엄중함을 인지한 철강업계는 전력 비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체적인 대응 마련에 나섰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력 수급 다각화를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 변동성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을 통해 전기료 인상 영향을 줄이고 있고 태양광 자가발전과 전력 직접 구매 제도 활용 등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모든 산업의 불확실성이 다 그렇듯 기업만의 노력으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 전문가들은 6월 시행 예정인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 시행령에 철강 전용 요금제 특례와 전기로·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설비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K-스틸법 등 다양한 녹색기술 세제 지원 정책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일부 완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지원 규모가 (업계가) 지출할 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정책(자금) 지원과 장기적이면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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