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 뉴스1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주거 현실이 수치로 다시 확인됐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채 월세와 이자 부담을 떠안는 청년 가구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가운데 주택 공급은 빠르게 위축되며 부담을 키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8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무주택 가구는 전국에서 361만2321가구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무주택 청년 가구는 204만5634가구에 달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청년 가구는 100만 가구에 육박하는 99만2856가구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청년 무주택 가구는 2015년 79만9401가구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0년 처음으로 90만 가구를 넘어섰고, 이후 증가세가 이어졌다.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에서 높은 집값과 제한적인 공급이 맞물리면서 청년층의 주택 진입 장벽이 구조적으로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당연히 자신의 집을 마련한 청년 가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자가를 보유한 39세 이하 가구는 전국 기준 128만8440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은 66만6640가구, 서울은 21만6129가구로 모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주택 소유율도 낮아졌다. 전국 39세 이하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26.3%에 그쳤고, 수도권은 24.6%, 서울은 17.9%로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청년 가구 5곳 가운데 1곳도 집을 소유하지 못한 셈이다.
집을 사지 못해 임대 시장으로 몰리는 청년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월세 지출은 21만4000원으로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세 지출 증가율은 한때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9% 급등하며 다시 가팔라졌다.
전세나 매매를 위해 대출을 이용한 경우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16만6000원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3분기 연속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40대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비용이 늘어나는 속도를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39세 이하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0.9%에 그쳐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세금과 이자를 제외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도 1.2%에 머물렀다. 저축이나 자산 형성의 바탕이 되는 흑자액은 124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2.7% 줄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청년 주거 부담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주택 공급의 급격한 위축이다. 지난해 민간 아파트 일반 신규 분양 물량은 11만6213세대로, 전년보다 23.8% 줄며 10년 새 최소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분양 물량은 6만5711세대로 1년 새 16.8% 감소했고, 서울은 3907세대에 그쳐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 아파트 물량은 직전 5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분양뿐 아니라 공급의 선행 지표인 인허가와 착공도 줄었다. 지난해 전국 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은 37만9834호로 최근 17년 사이 가장 적었다. 이 가운데 아파트 인허가는 34만6773호로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도 1년 새 26% 넘게 감소했다. 주택 착공 물량 역시 줄어들며 향후 공급 여건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주거비는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의 주거비 비중은 2018년 11.7%에서 2024년 12.7%로 상승했다. 청년층의 부담은 더 컸다.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는 같은 기간 주거비 비중이 3.5%포인트 상승해 15.5%에 이르렀다. 29세 이하 가구는 20.7%로, 소비지출의 5분의 1을 주거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시장의 체감 부담도 크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지수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상승률 역시 가장 컸다. 소형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도 1년 새 수만 원씩 오르며 청년 1인 가구의 부담을 키웠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 호 이상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공급 축소와 비용 상승이 동시에 이어진 지난 몇 년의 흐름 속에서, 청년 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주거 여건 개선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집값 폭등으로 서울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됐다”, “ 아파트 한 평에 3억씩 한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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