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빵·식덕후 등 다양한 파생 요리 예능 제작 이어져
'스타 셰프' 하나의 인적 IP로…사생활 검증 등 주의 필요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조윤희 기자 =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글로벌 성공 이후 그 뿌리에서 뻗어 나온 다양한 줄기의 요리 예능들이 예능계를 장악하고 있다.
8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방송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흑백요리사'의 세계관을 공유하거나 변주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달 첫 방송을 시작한 MBN의 새 예능 '천하제빵'은 '흑백요리사' 시리즈가 선보였던 요리 서바이벌의 긴장감을 베이커리로 옮겨와 파티시에(제빵사)들의 베이킹 전쟁을 그렸다. '흑백요리사' 시즌1의 우승자 권성준 셰프(나폴리 맛피아)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태호 PD 사단의 제작사 테오의 유튜브 예능 '식덕후'는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셰프를 전면에 내세워 잔잔한 감성의 식재료 여행기를 선보였고, 웨이브 '공양간의 셰프들'은 '흑백요리사2' 출연자 선재스님을 필두로 사찰음식의 매력을 집중 조명했다.
아울러 채널A '셰프와 사냥꾼'은 UFC 선수 출신 방송인 추성훈의 정글 사냥과 '흑백요리사1'의 준우승자 에드워드 리 셰프의 요리를 접목한 리얼리티 예능을 만들었고, JTBC의 장수 요리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는 최현석 셰프를 비롯해 샘킴·정호영·최강록·손종원·윤남노·권성준·박은영 셰프 등 '흑백요리사' 시즌1, 2의 셰프들이 총출동해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요리 예능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의 기초적인 본능인 '식욕'을 자극한다는 점이 근본적인 인기 요소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시청자들이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다양한 '먹방', '쿡방'을 찾아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사라질 수 없다"며 "맛있는 음식은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원초적인 위로'이자, '작은 즐거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흑백요리사'의 전 세계적인 흥행이 요리 예능 붐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름없는 요리사인 흑수저와 '스타 셰프'인 백수저의 대결, 예측할 수 없는 재료 등 다양한 변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흑백요리사'는 시즌1에서 넷플릭스 한국 예능 중 처음으로 3주 연속 비영어 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고, 시즌2 역시 같은 부문에서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흑백요리사'가 쏘아 올린 공은 단순한 예능의 성공을 넘어 외식업계 선순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을 통해 한식, 중식, 프렌치, 이탈리안, 파인 다이닝 등 다양한 요리 장르들과 다채로운 요리법들을 알게 된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미식을 즐기게 되면서 방송 출연 셰프들의 식당에 매일 예약 전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것이 바로 방송의 힘"이라며 "'흑백요리사'의 경우 한두명이 아닌 100여명의 셰프들이 나오고, 그분들이 다 현업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다 보니 방송의 파급력이 더 크게 느껴지는 편"이라고 해석했다.
연예인이 아닌 요리사라는 하나의 전문 직군이 '스타 셰프'라는 새로운 인적 IP(지식재산권)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정 평론가는 "요리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음식에 대한 전문성도 있으면서 동시에 방송도 잘하는 인물군을 (방송가에서)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스타 셰프'들이 탄생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흑백요리사' 등 방송에서 구축한 셰프들 각각의 캐릭터와 서사, '맛' 하나를 위해 주방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장인정신 등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를 '팬'으로 만들었다.
실제 일부 시청자들은 단순히 이들이 나오는 예능을 보며 '먹방'과 '쿡방'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특정 셰프의 팬덤에 속해 그들이 출연하는 다른 포맷의 파생 예능들을 찾아보고, 인공지능(AI) 등으로 2차 콘텐츠까지 만들어 내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다만 '스타 셰프'를 활용한 방송 제작에는 다소 주의할 지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일반인'이기 때문에 사생활 등 검증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흑백요리사2'로 인기를 구가하다 음주운전 전력 등이 알려지며 활동을 중단한 임성근 셰프의 사례는 이러한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 평론가는 "현재 방송가는 점점 전문가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지만, 셰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사생활 등이 나중에 밝혀질 경우 방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방송사들도 사전 검증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일반인 출연자들도 저마다 경각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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