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증시 훈풍이 금융지주 실적의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듭 경신하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수익 둔화는 뚜렷하다. 대신 계열 증권사의 실적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자본시장 호황으로 증권 계열사 위탁매매·IB·운용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며 그룹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로 기존 ‘대출 중심 성장 공식’이 약화된 가운데, 증권사가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은행 수익성 둔화 속 뚜렷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은 5조84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6조 클럽’ 입성을 앞뒀다. 신한금융은 4조9716억원, 하나금융은 4조29억원을 달성했다. 세 금융지주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3조1413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2년 연속 3조원 순익을 달성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역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수익성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순이자마진(NIM)은 1.75%로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56%로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고, 하나은행은 1.52%로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예금 경쟁 심화, 기업대출 중심 자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들고 있다.
이들 금융지주는 은행 수익성 둔화를 비은행 부문을 통해 만회했다. 특히 증시 호황에 따른 증권 계열사의 호실적이 그룹 역대급 실적 달성의 추가 동력이 됐다.
◇증권 계열사 호실적…비이자이익 성장 한 몫
KB금융의 계열사인 KB증권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68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내외 증시 호조로 투자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증권 수탁수수료와 보유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KB증권의 호실적은 그룹 비이자이익 확대로 이어졌다.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4조8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0% 늘었다. 이 가운데 증권업 수입수수료는 7740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113.0% 증가한 38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증시 호조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늘었고, IB 수수료와 상품운용손익이 함께 개선됐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순이익은 2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7.3% 증가하며 본업 수익력은 개선됐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유가증권·외환파생 관련 트레이딩과 운용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힘입어 하나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은 2조2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고, 유가증권·외환파생 관련 매매평가익도 1조582억원으로 48.5% 늘었다.
우리금융그룹은 당장의 실적 수치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두드러진다. 우리금융은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증권 축을 새로 구축했다. 출범 초기 단계인 만큼 증권 계열사의 그룹 이익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기존 성장 공식 붕괴…비은행 부문 중요도 확대
4대 금융지주를 종합하면 공통 흐름은 명확하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이 방어되는 가운데, 증권 계열사 호실적이 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신한과 KB는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와 IB·운용 수익 확대가 핵심이었고, 하나는 유가증권·외환파생 트레이딩과 매매평가익 급증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 우리금융은 증권 계열 신설·재편을 통한 비은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 이자이익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증권 등 비은행 부문 실적 중요도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비은행 부문 강화는 모든 금융지주의 공통 화두인 만큼 증권, 카드, 보험사 실적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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