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양은 발견 석 달 전인 2003년 11월 5일 10분 거리의 하굣길에서 실종된 상태였다. 이날 오후 6시 20분께 거의 다 왔다는 엄양의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3시간이 지나도록 엄양이 들어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엄양의 행방은 묘연했고 실종 23일 만인 11월 28일 실종장소에서 8km가량 떨어진 의정부 한 도로공사 현장 쓰레기더미 위에서 엄양의 가방과 신발, 양말, 교복 넥타이, 노트 등 소지품 13점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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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 달가량 지난 12월 22일 실종장소에서 15km 떨어진 의정부의 또 다른 공사 현장 인근 쓰레기더미에서 엄양의 휴대전화와 운동화가 발견됐다.
그리고 실종 96일 만에 엄양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엄양의 시신은 부패가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는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엄양은 평소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소견에 따라 변태성욕자에 의한 범행도 의심됐지만, 성폭행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1년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현장 근처에 CCTV가 없는데다 단서나 제보도 없어 결국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수사를 담당했던 경기청 관계자는 “사인조차 밝혀내지 못한 사건으로 유족과 피해자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경기북부에서 유일하게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범인 검거에 부담을 느낀 포천경찰서 강력1반장 윤모(47) 경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렇게 15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2019년 새로운 제보자가 등장하면서 수사의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발생 당시 대학생이던 한 여성도 같은 해 112에 직접 신고를 해 자신이 유사한 피해를 볼 뻔했었다며 기억을 털어놓았고, 이를 토대로 몽타주도 제작됐다.
이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또다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방송에서 범죄심리전문가는 용의자에 대해 성의식이 왜곡된 인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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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여아들의 놀이 종류 중 하나인 ‘인형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매니큐어’를 발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도착증이란 성적 흥분을 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통 성욕을 일으키지 않는 사물이나 행위에 대해 성욕을 느끼거나 원치 않는 상대와 지속적 성행위를 하는 형태를 띤다. 노출증, 관음증, 물품음란증, 의상도착증, 소아기호증 등 30가지 이상의 성도착증 유형이 있다. 심리성적 장애의 하나다.
매니큐어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특이한 점은 더 있었다. 속옷과 스타킹, 이름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범인이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세대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흔히들 트로피라고 하는, 자신의 범행의 성과물로 소지품을 가져가는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 이 사건은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범인을 검거하면 처벌할 수 있다.
여중생이 잔혹하게 살해돼 시신으로 버려져 세간에 큰 충격을 준 만큼 사건이 반드시 해결되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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