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를 둘러싼 시공사 수주 경쟁이 올해 한층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이른바 ‘압여목성’으로 불리는 핵심 노른자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 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사 간 경쟁 구도도 더욱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한 도시정비사업 다수가 시공사 선정 단계에 들어설 예정이다. 연내 시공사 선정이 예상되는 사업지는 약 70곳, 추정 사업비만 약 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거론된다. 이는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누적 도시정비 수주액인 48조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물량 측면에서 올해 시장의 체급이 한 단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압구정과 성수, 여의도, 목동 등은 한강벨트 입지와 지역 대표 주거지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곳으로 꼽힌다. 사업 규모 자체가 크고 브랜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향후 주거 브랜드 지형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업지라는 점에서 경쟁 강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사업지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공사비 약 1조3600억원, 1439가구 규모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강북 한강변을 대표할 하이엔드 주거 단지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곳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대우건설은 글로벌 설계 협업과 금융·분담금 조건을 강조하는 반면,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과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오는 20일 입찰을 마감하는 성수1지구는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한강 맞은편 압구정 3·4·5구역도 각각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서며, 5월 중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릴 것으로 거론된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의 선행 단지로 평가되는 목동 6단지는 이달 중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시작으로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전반으로 시공사 선정 논의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여의도에서는 올해 시범아파트가 시공사 선정 절차에 나선다. 약 2500가구 규모로, 공사비는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사업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해 도시정비 수주전은 과거처럼 ‘물량 중심 경쟁’보다는 사업지 성격에 맞춘 전략 경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랜드 파워, 설계 차별화, 조합원 부담 완화 방안 등이 동시에 비교 대상이 되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도 선별 수주 기조를 병행하는 모습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핵심 입지는 상징성이 큰 만큼 무리한 조건 경쟁보다는 사업성·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따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올해 수주전 분위기가 과거 한남뉴타운 재개발 당시와 같은 과열 양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세제와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향후 정비사업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압구정 일대는 한강변 고도 제한 완화와 신속통합기획 도입 등을 계기로 사업 속도가 빨라진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이 바뀔 경우, 정비사업 관련 정책 환경 역시 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정이 맞는 조합들은 선거 이전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변수도 적지 않다. 입찰 참여사가 1곳 이하일 경우 유찰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 경우 시공사 선정 일정이 다시 지연될 수 있다. 정책 불확실성과 사업 조건에 대한 조합 내부 판단이 맞물리면서, 일부 사업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올해 서울 도시정비 시장의 전반적인 경쟁 강도가 지난해보다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물량 자체가 늘어난 데다, 대형 사업지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상반기 주요 사업지 결과가 하반기 수주전 분위기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서울 핵심 입지를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전이 올해 도시정비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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