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태국은 여전히 K리그 팀들에 인기 있는 전지훈련 장소다. 2026시즌을 준비하면서 전지훈련지로 태국을 선택한 팀은 총 16팀이다. 2025시즌 18팀이 태국을 찾았음을 감안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태국의 1월은 아침저녁으로 온난하고 건기로 습도도 적어 휴식을 취했던 선수들이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그럼에도 축구계에는 태국이 전지훈련지로서 매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태국 물가가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태국은 2022년 월 평균 5%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2023년 8월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작년 4월 이후로는 꾸준히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비율이 월 최대 0.76%에 그쳤다. 게다가 한국은 같은 시기 유례없는 달러 고환율 시대에 접어들어 물가 하락의 수혜를 전혀 받지 못했다.
여기에 태국관광청의 ‘럭셔리&웰니스 관광 정책’이 겹치면서 태국은 기존의 저가 경쟁 대신 고부가가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잔디가 좋아 전지훈련장으로 사랑받는 골프 리조트 등의 가격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다 보니 K리그 팀들은 태국을 전지훈련지로 선정하는 데 이전보다 신중한 입장이 됐다. 실제로 A구단의 경우 최초에 태국 방콕을 전지훈련지로 낙점했는데, 방콕 리조트 측에서 예년보다 높은 가격을 고수해 태국이 아닌 다른 전지훈련지로 선회했다.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원화 기준 억 단위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B구단 역시 처음엔 태국 방콕을 전지훈련지로 추진했으나 가격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태국 치앙마이로 전지훈련지를 옮겼다. 그럼에도 실제 생활에 있어 달러 고환율 때문에 방콕과 치앙마이 사이에 유의미한 물가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올해 동계 훈련 계획을 늦게 확정한 K리그 팀들이 태국을 전지훈련지로 결정한 데에는 태국 쪽에서 점차 협상 가격을 내린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태국을 벗어나는 움직임은 특히 K리그1에서 두드러진다. 동계 전지훈련간 태국을 방문한 K리그1 팀은 지난해 총 7팀이었던 것에 반해 올해는 3팀으로 줄었다. 광주FC가 태국 후아힌, FC안양이 태국 촌부리, 부천FC1995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강원FC와 울산HD는 작년처럼 각각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를 찾았다. 전북현대, 대전하나시티즌, 인천유나이티드는 스페인, 포항스틸러스는 인도네시아 발리, FC서울은 중국 하이난으로 변화를 줬다. 김천상무는 국내에서 동계 훈련을 소화했고, 제주SK는 일본 가고시마를 다녀왔다.
이들이 전지훈련지를 결정한 데에 가격만 작용한 건 아니다. 연습경기 상대, 감독의 취향, 이전 계약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전지훈련 장소에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이른바 ‘그 돈이면…’의 논리가 태국 이탈에 영향을 준 건 부정할 수 없다. K리그1 구단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태국의 물가 상승이 전지훈련지를 태국이 아닌 지역으로 선정한 것과 마냥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여전히 태국이 매력적인 전지훈련지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물가가 상승한들 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면서 훈련 환경이 잘 조성된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년간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C구단 관계자는 “여러 전지훈련 후보지를 둘러봤지만 태국만한 곳이 없다. 가성비도 좋고 날씨도 한국의 초가을 같은 맑은 날이 많다”라며 앞으로도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선수들의 몸 상태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시차, 비행시간 등에서도 태국은 스페인과 같은 유럽 등에 비해 이점이 있다. 태국은 한국과 시차가 2시간밖에 되지 않아 굳이 시차 적응을 할 필요가 없다. 비행시간도 6시간으로 최소 12시간을 잡아야 하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두 배가량 적다. 실제 훈련 돌입도 태국이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최근 태국 전지훈련과 관련해 현지에서 예의주시하는 건 태국 물가보다도 오히려 추춘제다. 한국 축구계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추춘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년도 코리아컵을 7월에 개최해 내년 6월에 끝내는 계획안을 내놓아 추춘제에 맞게 일정을 바꿔놨다. K리그도 하루빨리 추춘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모종의 신호라는 게 축구계 공통된 관측이다.
추춘제가 시행될 경우 태국 전지훈련지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한국은 겨울 날씨가 혹독해 무조건 겨울 휴식기를 거쳐야 하는데, 겨울 휴식기는 기본적으로 길지 않기 때문에 지금보다 태국이 더욱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짧은 기간 유럽으로 나가기는 상기한 여러 이유들로 더욱 부담스럽게 되고, 일본은 여전히 J리그 팀들에 인기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태국 현지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체류 기간은 지금보다 일주일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겨울 휴식기는 선수들의 휴식과 리그 재개 준비를 위한 기간도 산정해야 해서 태국 전지훈련과 관련한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K리그 팀들이 태국에서 전지훈련으로 대략 3, 4주가량 머무는데, 겨울 휴식기가 일반적으로 1달 반 정도가 될 걸 감안하면 추춘제 도입 후에는 2, 3주 정도로 체류 기간이 감소할 전망이다.
K리그가 덴마크 수페르리가처럼 겨울 휴식기만 두 달을 갖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여름에도 날이 섭씨 20도 전후로 선선해 7월 중순부터 개막해도 무리가 없는 덴마크 리그와 달리 여름에 섭씨 30도를 우습게 넘기는 한국의 K리그는 덴마크보다 더 빡빡한 리그 일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태국은 오랫동안 K리그 팀들에 전지훈련지로 사랑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축구계 안팎으로 여러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이러한 기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점차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