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미국 전기차(EV) 시장이 성장 국면을 벗어나 조정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기차의 수요 둔화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수출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는 8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하며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의 7.8%로 전년 대비 2.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가 각각 3%, 4% 증가했다. 전기차만 역성장하면서 파워트레인별 수요가 엇갈리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9월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혜택 종료 등 정책 변화 영향으로 수요 둔화가 지속됐다. 지난달 들어 감소 폭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자동차 관세와 기업평균연비제도(CAFÉ) 규정 완화 가능성 등 정책·규제 변수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 소매판매는 12만5295대로 7.7% 증가했다. 점유율도 11.3%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평균을 웃돌았지만 전기차 판매는 44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7% 급감했다.
◆ 대미 수출 급감…국내 전기차 생산 구조 영향
문제는 이 흐름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생산 구조와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완성차 업체들의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전환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수출 물량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1만2166대로 전년 대비 86.8% 감소했다. 전체 전기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5%에서 4.6%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도 수출 물량 감소가 이어질 경우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과 관련 설비의 가동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국향 수출 공백을 내수 시장이 흡수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수출 중심으로 확대된 전기차 생산 라인을 국내 판매로 전환하기엔 국내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최근 할인·프로모션 등 인센티브 확대로 일부 수요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구조적 해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체 시장으로 유럽연합(EU)이나 인도가 거론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유럽은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는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신흥 시장인 만큼 단기간에 미국의 물량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전동화 전략 재정비…전환 속도보다 '운영·수익성'
이런 흐름 속에서 업계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략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포함한 차종·파워트레인 구성을 시장 수요에 맞춰 최적화하는 전략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실적 방어를 위한 탄력적 운영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실행 과제는 생산과 수출 운영 체계의 재점검이다. 미국향 수출 감소가 지속될 경우 국내 공장 가동률 관리와 차종별 생산 배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시장 다변화 역시 미국 시장 의존도 완화를 위한 병행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지속적인 전기차 둔화 현상은 단순한 판매 감소라기보다 생산 계획의 전제가 바뀌는 전환점으로 봐야 한다"며 "수요와 정책 변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전동화 전략도 전환 속도 경쟁보다는 탄력적인 운영과 수익성 중심의 차종 관리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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