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색 보정부터 환각에 가깝게 얼굴을 바꿔 놓는 기능까지, 오늘날의 휴대전화는 우리가 경험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휴대전화의 기술을 거친 결과물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휴대전화로 달을 촬영해 본 적이 있는가. 삼성 갤럭시 모델 휴대전화를 사용해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촬영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손톱만 한 카메라 렌즈로도 달을 선명하게 포착하는 '100배 스페이스 줌' 기능이 탑재돼 있다. 애플의 아이폰보다 뛰어난 기능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삼성 스마트폰으로 찍은 달 사진은 원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 레딧 사용자가 공개한 시연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의도적으로 흐릿하고 화질이 깨진 달 사진을 컴퓨터 화면에 띄운 뒤, 삼성 스마트폰으로 이를 촬영했다. 그 결과, 원본 이미지에는 없던 분화구와 그림자가 추가된 선명한 달 사진이 만들어졌다. 삼성은 이를 '디테일 강화 기능'이라고 부르는데,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한 세부 정보를 AI가 인식해 보완하도록 학습된 결과다.
이 파격적인 설정이 모든 휴대전화에 기본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기종이든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고리즘과 AI 기반 이미지 처리 기술이 작동한다. 이 기술은 사진이 저장되기 전까지 수조 회에 달하는 연산을 할 수도 있다.
대체로 이러한 처리는 더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보이는 사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스마트폰에는 실제 눈으로 본 장면과 크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AI 강화 기능이 들어가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가 현실을 기록하고 있는지, 아니면 현실을 조정하고 있는지.
아이폰 인물 모드 개발에 참여했던 글래스 이미징의 최고경영자 지브 아타르는 이를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단순히 센서에 들어오는 빛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능이 더 좋은 카메라로 촬영했다면 사진이 어떻게 보일지를 예측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삼성 대변인은 "AI 기반 기능은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화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계됐다"고 말했다. "제어권은 완전히 사용자에게 있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AI 기능을 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AI 편집 기능을 비활성화하더라도, 휴대전화의 알고리즘은 여전히 사진 처리 과정에 관여한다.
사진을 찍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타르는 "휴대전화에서 촬영 버튼을 누르면 한 장이 아니라 보통 4~10장의 사진이 연속으로 촬영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는 이렇게 촬영한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합성해 단일 사진보다 품질이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활용되는 사진 중 일부는 중복되기도 하고, 각각 다른 영역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 기본적인 처리 과정은 사용자가 원치 않을 수 있는 결함을 보정한다. 노이즈 감소 기능은 무작위로 발생하는 입자 형태의 오류를 제거하고, 색 보정은 실제 눈에 보이는 색에 가깝게 조정한다.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은 서로 다른 노출의 사진을 합성해 그림자와 하이라이트를 동시에 살려낸다. 여기에 흔들림이나 초점 문제를 보완하는 처리도 더해진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수백만 장의 이미지로 학습된 AI를 활용하는 '딥 퓨전' 기능을 사용한다. 이 기술은 사진 속 사물을 인식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며, 이전에 학습한 이미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픽셀을 조정한다. 아타르는 이를 "고도로 정교한 분할 처리"라고 말했다.
조건이 잘 맞을 경우, 우리는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을 결과물로 얻는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와 사진 애호가들은 과도한 보정으로 인해 사진이 인공적이거나 수채화처럼 평평한 질감을 띠게 된다고 지적한다. 세부를 확대하면 AI가 만들어낸 듯한 왜곡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은 최신 기기를 포기하고 구형 모델을 사용하거나, 별도의 촬영용 휴대전화를 휴대하기도 한다.
애플 대변인은 "애플은 사용자가 경험한 순간을 있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AI를 엄청난 기회로 여기지만, 신중하게 다루며 사진의 전통을 깊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사용자가 진실되고 진정한 사진을 촬영하는 동시에 원하는 대로 개인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뉴욕 시립대에서 디지털 문화와 미디어를 가르치는 레프 마노비치 교수는 "과거에는 다양한 설정값을 일일이 조정하면서 전문가만 가능했던 작업을 이제는 일반 사용자도 자동화 기술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휴대전화는 우리가 남기려는 추억에 대해 창의적이거나 심지어 예술적인 판단을 하기도 한다. 사용자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수 있다. 일부 기기에서는 AI가 단순한 설정 조정을 넘어서는 일을 하기도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그래픽 및 디스플레이학과 교수 라팔 만티우크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사람들이 포착한 장면을 사진으로 재현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가짜 이미지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매우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휴대전화마다 고유의 스타일이 있거든요. 픽셀폰만의 스타일이 있고, 아이폰도 그들만의 스타일이 있죠. 마치 사진작가마다 화풍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순전한 환각
이 논쟁에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이른바 '진짜' 사진은 필름 시대의 사진처럼 보여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런 비교가 과연 공정한지는 의문이다. 카메라는 등장 초기부터 장비 자체에 내재된 처리와 선택 과정이 있었다. 'AI'라는 단어에서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알고리즘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작은 렌즈와 센서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일부 기능은 그 영역을 한층 더 넓혀가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출시된 휴대전화, 특히 중국 브랜드 제품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AI 기반 '뷰티 필터'가 활성화돼 있다. 이 기능은 피부를 자동으로 매끄럽게 하거나 색조를 조정하고, 얼굴 윤곽과 특징을 보정한다.
아타르는 이러한 현상을 "순전한 환각"이라고 표현했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휴대전화 모델에는 매우 공격적인 생성형 AI 기능이 기본 탑재돼 있습니다. 해상도가 낮아 눈썹이 잘 보이지 않으면 AI가 눈썹을 새로 그려 넣고, 배경에 있는 인물들의 시선 방향을 맞추기 위해 눈동자를 다시 생성하기도 합니다."
아타르 등은 이 같은 기능이 문화적 규범과 미적 선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미국 테크 기업들이 만든 휴대전화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이폰은 내장 미용 필터를 제공하지 않으며, 구글은 2020년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이유로 픽셀폰에서 해당 기능을 기본적으로 비활성화했다.
마노비치는 "미적 정교화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며 "사진 보정은 1850년대부터 사진술의 핵심 요소였고, 얼굴을 더 아름답게 하거나 피부 톤을 고르게 만드는 작업은 과거에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디테일을 자동으로 추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사진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무언가 같아요."
이 문제는 단순한 철학적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AI로 편집된 사진과 영상은 거짓 기억을 형성하거나, 개인이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고 느끼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사들 역시 AI 사진 기술과 관련된 여러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구글 픽셀 스마트폰에 탑재된 '베스트 테이크' 기능이 대표적이다. 단체 사진 촬영 시 누군가 눈을 감거나 웃지 못하는 상황은 흔하다. 베스트 테이크는 여러 장의 사진에서 가장 나은 표정을 골라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한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은 보기에는 완벽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순간을 담은 사진이다. 이에 대해 만티우크는 "이것이 사람들이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방식일 수 있다"며 "단체 사진일 뿐, 범죄 증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글 대변인은 "진정성은 항상 픽셀폰 카메라를 개발하는 핵심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진에 열정을 가진 팀으로서, 사람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늘 해보고 싶어 했던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본' 사진을 보는 방법
HDR 기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보다 사실적인 달 사진을 원한다면 뷰티 필터를 끄고 삼성의 장면 최적화 기능을 해제하면 된다. 그러나 카메라 센서에서 나온 완전한 원본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AI 처리가 전혀 개입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삼성의 최신 휴대전화에 탑재된 '프로 모드'는 가공되지 않은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반면 이름과 달리 아이폰의 '프로로우(PRORAW, 일부 모델 한정)' 기능에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AI 처리가 포함된다. 아이폰에서 완전한 원본 사진을 촬영하려면 서드파티 앱을 이용해야 하며, 대표적인 무료 앱으로는 VSCO 캡처와 어도비 라이트룸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예쁜' 사진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이러한 사진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지만, 전문 사진작가들은 이러한 사진을 활용하기도 한다. 노이즈가 많고 색감이 부자연스러워 보이거나, 초점이 맞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본 사진 특유의 거칠고 '레트로한' 매력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마노비치는 결과물이 예쁘지 않더라도, AI로 가공되지 않은 사진을 촬영해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평소 어떤 처리를 하는지 이해하는 일이면서, 우리가 촬영한 사진이 무엇을 담고 있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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