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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는 단순한 세목이 아니다. 개개인의 수십 년 자산 축적과 직결된, 말 그대로 인생의 결과물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직장 생활 수십 년,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거치며 쌓아 올린 자산의 최종 정산 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이 양도세다. 그 무게를 감안하면 즉흥적인 메시지 발언과 가벼운 분위기로 정책 권위는 사라졌다.
이 장면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회의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공교롭게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당사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자산 보유 여부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정책 결정권자와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위치가 겹칠 때,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구조와 원칙을 명확히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대응은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설명이 아니라, 메시지 이후 임차인이 거주 중인 다주택자의 매물에 대해 보완방안이라는 허울에 임기응변식 땜질 조치만 하고 있다.
양도세를 원상복귀하겠다는 발언 자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원상복귀라는 개념이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세금만 과거로 되돌리면서, 그 세금이 작동하던 당시의 제도 환경은 그대로 두는 것은 원상복귀가 아니다. 만약 문재인 정부 수준으로 양도세 체계를 되돌리겠다면, 같은 시기의 거래 환경 역시 함께 재검토돼야 논리적으로 일관된다. 그 대표적인 제도가 토지거래허가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본래 투기 억제를 위한 비상수단이었다. 특정 지역의 급격한 가격 상승과 투기 수요가 확인될 때 한시적으로 작동하는 응급 처방에 가까운 제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토지거래허가제는 이미 상시 규제로 굳어졌다. 양도세는 정상화를 이유로 거래세 강화를 하면서도 거래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는 정책 정합성이 결여된 논리적 불일치다. 세금은 강화하고 거래는 묶는 구조, 이것은 정상화가 아니라 시장 왜곡이다.
2025년 11월 14일 공표된 2024년 주택소유 통계에 분석해보면, 다주택자가 집값상승의 주범이라는 것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주택을 소유한 1,597.6만 명이 보유한 주택 수는 1,705.8만 호로, 1인당 평균 소유 주택 수는 1.07호이다. 특히 주택을 1건만 소유한 사람은 전체의 85.1%에 달했고, 2건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 비중은 14.9%로 전년 대비 0.1%p 감소했다. 3건 이상은 1.8%에 불과하다. 다주택자 비중은 2020년 이후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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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통계를 보면 다주택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20.0%), 충남(17.4%), 강원(17.0%) 등 주로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규제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주택자 비중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 상승세는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다주택자가 집값을 올린다는 가설은 실제 시장 데이터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책은 다주택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을 투기의 온상으로 규정하며 규제하고 있다. 제주와 강원 등지에서 다주택 소유가 더 활발함을 보여주지만, 정부의 칼날은 이제 서울의 실수요 1주택자까지 위협하는 보유세 증세로 향하고 있다.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정책의 의도와 달리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의 다주택자는 서울 매물을 내놓기보다 버티기를 선택하고, 규제 부담이 큰 서울의 보유자들은 지방 주택부터 처분하며 서울 한 채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지방은 매수자가 사라지고, 서울 핵심지역은 매물이 잠기며 가격 하방 경직성이 더욱 강해진다.
여기에 실거주 요건은 전세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에 집을 보유하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며 전세를 공급하던 완충 역할의 집주인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집주인의 직접 입주를 선택하면서, 서울 핵심지역의 전세 물량은 감소했고, 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방은 침체되고, 서울은 공급 절벽과 전세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종료 이후다. 2026년 5월 9일 이후 중과가 재개되면 거래는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세제 강화 메시지를 던지고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또 잘못된 결과를 낳게 된다.
정책은 반드시 패키지로 움직여야 한다. 수요 억제에만 매몰되어 거래 순환을 막는 규제는 시장을 경직시키고 가격을 왜곡시킬 뿐이다. 보완방안이라는 땜질책에 시장도 지쳤다. 양도세만 떼어내 과거로 돌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현재 거래 환경이 대중의 비판이 쏟아지던 과거보다도 퇴보한 수준이라면, 원상회복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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