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주범도 '존영'이던 軍, 이제서야 철거된 12·12 얼굴들[김관용의 軍界一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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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주범도 '존영'이던 軍, 이제서야 철거된 12·12 얼굴들[김관용의 軍界一學]

이데일리 2026-02-07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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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부대 회의실과 복도, 역사관 등에 걸려 있는 역대 지휘관 사진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닙니다. 지휘 계보를 시각화하고, 전통을 상징하며, 장병들에게 어떤 군인이 모범인지 보여주는 일종의 ‘교본’에 가깝습니다. 사진을 거는 그 자체는 기록이지만, 실제 효과는 예우와 기념입니다. 그래서 누구의 얼굴이 걸려 있는지는 곧 그 부대가 어떤 역사를 자신의 전통으로 인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일부 부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에 봉황 문양을 붙여 ‘존영(尊影)’이라 불렀습니다. 내란·반란 등 헌정질서를 파괴한 범죄로 형이 확정됐음에도, 이들의 얼굴은 부대 한가운데에 걸렸습니다. 대통령과 참모총장을 배출한 ‘영광의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범죄 사실은 흐릿해지고, 직함과 성과만 남습니다.

12.12 군사반란 이틀 후인 1979년 12월 14일 핵심 인물들이 보안사령부 건물 앞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출처=위키백과)


물론 범죄를 저지른 지휘관의 사진 게시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규정이 모호했습니다. 홍보·예우 목적으로는 금지하지만, 역사 기록 목적으로는 허용한다는 이중 구조 속에서 사진의 존치 여부는 각 부대의 해석과 선택에 맡겨졌습니다.

그 결과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하거나 가담해 유죄가 확정된 인물들의 사진은 오랫동안 군 내부 공간에 남아 있었습니다. 기록이라는 외피를 썼지만, 실제로는 기념이자 묵인에 가까웠습니다.

◇국방부,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규정 정비

국방부는 최근 △내란·외환·반란 관련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 △금품·향응 수수 및 공금 횡령·유용으로 징계 해임된 자 △징계에 의한 파면 △복무 중 사유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자 △전역 후 국방 관련 업무에 종사하거나 관여하면서 군의 명예를 훼손한 역대 지휘관 사진을 군 내부 공간에서 철거하도록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이들 사진 자리에는 얼굴 대신 역대 순서와 계급, 성명, 재직 기간 등 사실 정보만 남기도록 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더 나아가 형 확정 전이라도 12·3 비상계엄 가담 지휘관의 사진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기억은 하되, 예우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육군본부 역사관에서는 그동안 걸려 있던 12·12 군사반란 가담 총장들의 사진이 철거됐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51대 참모총장 사진은 아예 걸리지 않았고, 황영시 24대 총장, 정호용 25대 총장, 박희도 26대 총장 사진이 최근 철거된 것입니다.

수도방위사령부 역사관과 군사경찰단 회의실에서도 신군부 핵심 인물들의 사진이 내려갔습니다. 이전 수도경비사령관을 역임한 노태우 8대 사령관 등의 사진을 이번에 없앤 것입니다.

특히 수방사 내 군사경찰단(옛 헌병단) 회의실에 걸려 있던 조홍 11대 단장, 성환옥 12대 단장, 최석립 13대 단장, 신윤희 14대 단장 사진은 본지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5일 오전 철거됐습니다. 이들 역시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 측에 서서 직속상관인 당시 장태완 수경사령관을 배신하고 반란에 가담한 핵심 인물들이었습니다.

2025년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에서 기관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벗어둔 군복이 증인석에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억하되, 기념하지 않는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역대 지휘관 사진 전부를 내린 조치도 상징적입니다.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과거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방첩사는 지난달 20일 보안사령부 시절 20·21대 사령관을 지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을 포함한 역대 지휘관 사진 전부를 선제적으로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16대 보안사령관을 지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12·12 가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고명승 24대·구창회 25대 보안사령관, 정치 개입(댓글 공작)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배득식 39대 기무사령관,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여인형 5대 방첩사령관 사진 등이 철거된 상태입니다. 방첩사는 향후 국방부 지침을 지켜 복도 등 특정 장소에 역대 지휘관 사진을 게시한다는 방침입니다.

군 당국의 이번 사진 철거 정책은 단순한 미관 정비가 아닙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지우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의 전환으로 평가됩니다. 범죄 사실은 기록으로 남기되, 그것을 존경과 예우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어떤 인물을 전통의 얼굴로 남길 것인가는 결국 군이 어떤 조직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됩니다.

이데일리는 지난 2018년 국군기무사령부 해편 이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의 재편 과정 때부터 어느 부대는 걸고 어느 부대는 걸지 않는 지휘관 사진의 ‘선택적 게시’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이번 조치가 우리 군이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를 선명히 가르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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