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눕거나 엎드린 자세가 안압 상승 불러…"잠자는 자세 검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잠을 잘 때 자세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천장을 보고 반듯이 누워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옆으로 돌아눕거나 엎드린 자세가 아니면 잠들기 어렵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수면 자세의 차이가 밤사이 눈에 가해지는 압력, 즉 안압(眼壓)에 영향을 미쳐 눈 건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망막변성협회(회장 유형곤)는 최근 눈 건강 관리에서 간과되기 쉬운 생활 요인으로 '수면 자세'를 꼽으면서, 장시간 유지되는 야간 체위가 안압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안압은 눈 속을 채우는 액체인 '방수'(房水)가 만들어지고 배출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눈 안의 압력을 말한다. 이 압력은 안구의 둥근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 등에 영양을 공급하는 데 필수적이다. 안압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시신경이 눌려 손상될 수 있어 녹내장 등 안과 질환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안압이 서서히 오를 때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본인이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급격히 상승하면 심한 안구 통증과 두통, 시야 흐림, 빛 번짐, 구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압은 앉거나 서 있을 때보다 누워 있을 때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수면 자세까지 더해지면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옆으로 누워 잘 때의 안압은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보다 평균 2∼5mmHg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엎드린 자세에서는 안압이 최대 10mmHg까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한쪽으로만 자는 습관을 지닌 녹내장 환자의 경우, 해당 방향 눈의 안압이 더 높고 시신경 손상이 더 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 잘 때 안압이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엎드린 자세에서는 얼굴이 베개나 팔에 묻히면서 안구가 직접 눌리는 물리적 압박이 생기기 쉽다. 특히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엎드릴 경우 한쪽 눈에 지속적인 압력이 집중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메커니즘은 정맥 울혈과 배출 저항 증가다.
옆으로 누웠을 때 아래쪽 눈은 중력 영향과 조직 압박으로 눈 주변 정맥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쉽다. 이렇게 되면 눈 속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의 배출 저항이 커지면서 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엎드린 자세 역시 목과 얼굴 주변 혈류 흐름을 둔화시켜 비슷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목과 가슴이 눌리거나 꺾인 자세도 문제다. 베개가 지나치게 높거나 턱이 가슴 쪽으로 숙어지는 자세는 목 부위 혈관을 압박해 머리 쪽 정맥 순환을 떨어뜨리고, 이 역시 안압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옆으로 누워 잘 때 베개 높이가 지나치게 낮은 경우 역시 안압을 높여 녹내장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한국망막변성협회는 안압 변동을 줄이는 수면 자세로 ▲ 엎드린 수면은 피할 것 ▲ 한쪽으로만 오래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을 줄일 것 ▲ 목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베개 높이를 조절할 것 ▲ 머리와 목이 가능한 한 일직선이 되도록 자세를 유지할 것 등을 권고했다.
만약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편하다면, 머리를 몸보다 20∼30도 가량 높이는 것만으로도 야간 안압 상승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유형곤 회장(하늘안과 망막센터장)은 "안압은 병원에서 낮에 재는 수치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야간에 더 오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수면 자세처럼 오랜 시간 지속되는 생활 요인은 눈 질환 관리에서 충분히 점검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이어 "특히 녹내장이나 망막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안압이 높은 사람,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며 "잠자는 자세와 베개 환경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