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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지경학 리스크 겹친 韓경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 석좌 교수는 6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열린 ‘202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AI와 경쟁하는 인간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AI와 서로 보완하는 인간을 키워야 한다”며 “인구구조의 변화로 저성장 위험이 크지만 사람과 기술에 투자하면 2%대 잠재성장률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위험 요인이 중첩된 상태로 진단했다. 미·중 갈등과 자국 우선주의 확산으로 관세와 통상 규제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지경학 시대가 본격화됐고, 미국과 중국 양국에 동시에 의존하는 한국의 수출 구조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최병일 한국국제경제학회 명예회장은 “글로벌 교역 질서는 효율성 중심에서 안보와 정치가 결합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수출 확대만으로 성장 경로를 단순화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생산성과 경쟁력 자체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장기 성장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통계청 중위 추계 기준으로 생산가능인구는 향후 연평균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단순 계산상 이는 잠재성장률을 약 0.8%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다만, 이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결정짓는 운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노동의 질적 향상, 기술을 통한 노동 대체가 동시에 작동할 경우 성장 여력은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사람·기술·산업’ 선순환이 관건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는 인적자본이 제시됐다. 한국은 중·고등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기초 역량 면에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문제는 교육과 노동시장 간 연결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대학 교육의 질과 사회적 활용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성인 이후 역량 축적 속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빠르게 둔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교육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맞춰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고 재학습할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도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산업과 인력 구조의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기술 변화에 맞는 인재 양성이 지연될 경우 대외 환경 충격은 훨씬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에 대해서는 과도한 낙관과 비관을 모두 경계했다. AI는 증기기관, 전기, 정보기술(IT)에 이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범용기술이지만, 고용 감소나 생산성 효과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AI의 활용 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담당하고, 인간은 창의적·판단적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연구개발(R&D)과 정책 설계의 생산성도 함께 개선되면 경제 전반의 기술 혁신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인적자본 정책, AI 전략, 산업정책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경학적 환경 변화와 공급망 리스크로 산업정책의 역할은 커졌지만, 무분별한 보호와 정치적 개입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과 기반의 단계적 접근과 실패 시 신속한 정책 종료, 그리고 AI와 인적자본을 산업 전반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경우,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2%대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성장 전략이 불평등과 산업·지역 간 격차를 고착화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며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직과 구조 전환을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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