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KT 노동조합이 현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 공백과 일부 사외이사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겹치자, 노조가 이사회를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닌 책임의 당사자로 지목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노동조합은 전날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KT 정상화는 안중에도 없고,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교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현 이사회는 능력과 자질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T 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에도 이사회 책임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자, 요구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그 내용은 ▲이사회도 평가받는 제도 도입 ▲이사회 운영 및 절차의 투명성 강화 ▲경영 공백 없는 대표이사 선임·교체 절차 마련과 대표 권한을 제한하는 이사회 규정 개정이다. 노조는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는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현 이사회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셀프 연임’ 구조 차단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당연 해임 규정을 명문화하고,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이 포함된 특별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러한 구조 개편이 반복되는 경영 공백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지배구조 확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사회 권한 남용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노조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대표 권한을 제한하도록 한 이사회 규정이 경영 혼선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해당 규정의 개정을 요구했다. 특히 조직 개편은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이사회가 이를 주관할 때 ‘노란봉투법’에 근거해 이사회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불응 시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는 태도도 밝혔다.
이 같은 노조의 압박은 최근 불거진 사외이사 관련 논란과 맞물리며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KT 이사회는 오는 9일 특정 사외이사의 도덕성 의혹과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승훈 사외이사를 둘러싼 의혹이 있다. 그는 경영진을 상대로 특정 인사의 ‘경영기획총괄’ 직위 기용을 청탁하고, 독일 저궤도 위성업체 ‘리바다(Rivada)’ 투자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KT 새노조는 이 같은 의혹을 공식 제기하며 이사진의 총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KT 내부에서는 조사 내용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문제를 두고 사외이사 간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는 오는 9일 안건 사전 설명회를 통해 해당 사안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KT 노동조합은 이사회 논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대응 수위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사회를 겨냥한 책임론은 분명히 했다. 이사회가 요구 수용 여부와 향후 로드맵을 공식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점, 무능력과 정통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사진은 조속히 상황을 정상화하고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것이 KT의 신뢰 회복과 향후 인공지능 및 정보통신기술(AICT) 경영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업계 시선은 오는 9일 이사회에 쏠리고 있다. 회의 결과에 따라 이사회 쇄신 요구가 지배구조 개편 논의로 이어질지, 아니면 노조와 이사회 간 갈등이 장기화할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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